검찰이 드라마 제작현장 방송스태프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일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도 제작사에 면죄부를 줘 비판이 일고 있다. 불기소 처분하면서 면죄부를 준 제작사 중에는 2019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서 근로계약서 미작성 사실이 확인돼 시정지시를 받은 곳도 포함됐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와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28일 오전 서울서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기법 위반이 반복 발생하는 사업장의 불법을 눈감은 검찰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지부와 공동행동은 지난해 KBS 드라마 6개 제작에 참여한 제작사(KBS와 외주 제작사 5곳)를 근기법 위반 혐의로 노동부에 고발했다. 근로자인데도 근로계약서 대신 업무위탁·하도급계약서를 쓰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근기법상 사용자는 임금·소정근로시간·휴일 등을 명시한 서면 근로계약서를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작성하지 않거나 항목이 누락된 계약서를 주면 벌금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고발 1년2개월 만인 지난 1일 검찰은 드라마 3개(제작사 기준 2곳) 제작에 참여한 90여명 방송스태프의 근로계약성 미작성·미교부를 확인했다면서도 “외주제작사인 피의자들이 고의적으로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제작사 대표 2명을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 제작사 2곳 중 한 곳인 ㅁ사의 경우 2019년 노동부 근로감독에서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확인돼 시정지시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지부 관계자는 “제작사들은 방송스태프가 근기법상 근로자임을 아는데도 개선하지 않고, 검찰은 반복해 법 위반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고의가 없다고 면죄부를 줬다”며 “몰랐다고 우기면 근기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노동부는 나머지 드라마 3개(제작사 기준 4곳) 제작에 참여한 방송스태프 근기법 위반 고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부와 공동행동은 이날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취지의 항고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이들은 “검찰에서 고의성이 없다는 제작사의 변명을 인정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근기법을 위반하며 촬영할 것이 예상된다”며 “근기법이 잘 작동하도록 감독하고 처벌해야 할 노동부와 검찰은 방송사와 제작사의 불법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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