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노동조합’. 국어사전에서는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경제적 및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만큼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과 없는 사업장의 차이는 크다. 안전관리 역시 노동조합 유무에 따라 극적으로 바뀐 사례가 있다.

울산의 자동차 외장 부품공장 이야기다. 해당 사업장은 2018년에 노동조합이 들어섰다. 노동조합이 들어서기 전 해당 사업장은 10시간 맞교대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실 말이 10시간이지, 실제론 12시간에 가깝게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주야 맞교대제는 과로나 직업병 유발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사회 이슈로 부상된 SPC 노동자들의 산재사고들 모두, 주야 맞교대제가 부른 참사이기도 하다. 재해자들이 평소 주야 12시간 교대제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명은 교대시간을 앞두고 배합기에 끼어 숨졌고, 다른 한 명은 상하차 작업 중 손가락을 절단당했다.

울산 자동차 부품업체도 주야 맞교대로 인해 교대시간을 앞두고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어 왔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들어서면서 연속 2교대 8.5시간 근무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자잘한 사고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노동조합이 들어서면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제대로 열리게 됐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50명 이상 사업체에서 열 수 있다. 노동자 대표와 사측 대표 각 3명 이상 10명 이내 동수로 구성된 위원회다. 매해 분기별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의 필요에 의해 추가로 열릴 수 있다.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확인한 위험 요소들을 정리해 사측에 전달 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사측과 협의를 통해 회사 내 위험 요소들을 하나하나씩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화학물을 사용하는 공정에선 화학물 경고 표지가 붙기 시작했다. 적절한 안전 보호구가 지급됐다. 일반 방진마스크에서 방독마스크로 바뀌었고, 화학물 작업용 보안경도 지급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화학물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교육이 시행됐다.

과거 해당 업체는 지게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지게차 작업공간과 이동공간이 구분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완성품을 옮기려는 노동자와, 완성품을 최종조립공정에 보내기 위해 상하차 작업을 하던 지게차가 충돌해 발생한 사고였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결성된 이후 바닥면에 작업자 이동공간과 지게차 작업공간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게차에 방향지시기와 후방카메라, 후진 경고등과 경보장치가 설치됐다. 지게차 충돌사고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시행된 것이다.

안전교육도 제대로 시행됐다. 매달 한 시간 이상씩 사내 안전교육이 진행됐다. 화학물 사용과 화학물 유해성 교육, 지게차 충돌사고 예방교육, 근골격계질환 예방교육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작업자들에게 사인만 받고 서류상으로만 안전교육을 했다고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게 된 것이다.

더불어 산재처리도 과거에 비해 수월하게 됐다. 업체 소속 작업자들이 어깨 근육이나 무릎을 혹사하는 일이 많아 근골격계 질환으로 일을 하기 힘들면 산재처리를 통해 적절한 치료와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게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과거엔 어깨 근육이 손상되거나 무릎 관절 질환을 앓으면 병원 며칠 갔다 오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산재신청은 물론 공상조차 받기 어려웠다. 당시엔 아프면 일을 그만두기만 했지 산재신청을 하기엔 심리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근골격계 질환이 있으면 병가신청은 물론이고 산재신청을 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단순히 회사만 바뀐 게 아니다.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노동자들의 안전의식도 크게 바뀌었다. 안전교육을 진행할수록 과거에는 ‘그냥 해도 되는 일’로 인식했던 것이 ‘안전 절차를 지켜 가면서 해야 하는 일’로 바뀌었다. 작업 시작 전에 위험요소는 없는지 확인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물론 이 업체에서 사내 안전문화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손볼 게 많다. 노후화한 화학물 배기시설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후시설 교체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중소 하청업체 사정상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세워지면서 사내 안전문화는 극적으로 바뀌었다.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도록 만들었으며, 노동조합을 통해 위험성 평가를 진행했다. 이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사내 안전문화를 바꿔 왔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산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회사에서 안전관리자 한두 명 증원하는 걸론 역부족이다. 사내 안전문화는 회사 대표와 안전관리자만 만드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유해물질을 마시거나, 사출 금형 기기에 손가락이 끼이거나, 지게차에 부딪히거나, 장시간 노동으로 무릎과 어깨 근육이 파열되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사측에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노동 안전 문화를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재해예방 아이디어가 전달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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