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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 원격수업을 준비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초등학교 교사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법원은 기저질환 등 일부 개인적인 요인이 있더라도 통상 업무에 내재한 위험이 현실화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봤다.

실신 3시간 만에 병원행, 골절상 수술
‘기저질환’ 발목 불승인 결정에 소송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손혜정 판사)은 초등학교 교사 A(62)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공무원 요양신청 부결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인사혁신처가 항소하지 않아 지난 11일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40여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A씨는 2020년 10월 교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을 준비했다. 당시 코로나 확진자는 2천700명으로 집계돼 학생들의 등교가 제한되던 시기였다. 그런데 A씨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서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학교보안관이 사고 3시간 만에 발견해 응급실로 실려간 A씨는 갈비뼈와 쇄골 골절 등을 진단받고 수술했다.

A씨는 공무상 요양신청을 했지만, 인사처는 기저질환으로 인한 부상이라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A씨는 평소 만성신부전과 천식을 앓고 있었다. 그러자 A씨는 지난해 7월 인사처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는 “기저질환의 원인이 일부 있었더라도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맡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함께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인사처 결정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사고와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근무시간 중 근무지 내에서 교사로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다가 쓰러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책상에 앉아 업무를 수행하던 중이 아니었다면 어떠한 원인으로 의식이 소실됐더라도 골절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므로 공무와 밀접하게 관련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 사고가 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령의 ‘공무상 부상 예외’ 기준에도 해당사항이 없다고 봤다. 같은 법 시행령은 △고의 △사적행위 △근무지 무단 이탈 △사적인 친목행사 또는 취미활동 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공무상 부상으로 보지 않는다.

법원 “책상 앉아 업무 중 일어난 사고”
“코로나 대응으로 업무 스트레스 가중”

기저질환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의식소실이 만성신장질환에 따른 뇌경련이나 기립성 실신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의식소실 원인으로 추측되는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라며 “A씨는 약 20년 전 발병한 만성신부전을 오랫동안 관리하면서 업무와 병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 관리되던 질병이 업무를 하던 중 의식소실까지 불러일으켰다면 당시 수행하던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등 업무상 요인이 경합해 뇌경련이나 기립성 실신을 유발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식소실이 만성신부전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주치의 소견만으로 업무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A씨가 사고 발생 2~3주 전에 대상포진 약을 먹고 어지러워 머리에 상처를 입은 부분도 사고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부외상으로 미세한 경막하 출혈이 있었더라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업무에 복귀했고, 당시 코로나19 대응으로 교사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됐을 것”이라며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던 나이의 A씨에게는 원격수업 등의 업무가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A씨가 교실에서 통상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의자에서 일어서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립성 실신 등으로 쓰러져 부상을 입은 것으로서, 일부 본인의 과실이나 개인적인 건강상태가 기여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통상 업무에 내재한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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