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전동공구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계양전기 노동자들이 지난 18일부터 연장·특근을 거부하는 자발적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해성그룹의 지주사 해성산업이 계양전기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는데, 금속노조 경기지부 계양전기지회(지회장 서명관)는 회사의 투자사업부문을 분리할 경우 국내 천안공장의 일감이 축소되고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8일 오후 서명관 지회장(41·사진)을 만나 지회와 회사 상황을 들었다. 경기도 안산과 충남 천안에 공장을 둔 계양전기는 자동차시트 모터 등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구·전동공구를 생산한다. 100% 자금을 출자한 중국 법인 ‘계양전기(소주)유한공사’와 ‘계양전기(강소)유한공사’도 있다.

“물량 감소 따른 고용불안” 우려

-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해성산업과 계양전기 투자사업부문 합병이 결정됐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회사가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지주사 전환에 따라 계양전기가 소유하고 있는 해성DS의 지분 9.62%를 인적분할해 해성산업이 흡수합병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계양전기(강소) 유한공사까지 인적분할해 해성산업의 직계 자회사가 될 줄은 몰랐다.”

해성산업과 계양전기는 인적분할 합병 이사회를 지난달 7일 열었다. 같은날 계양전기는 지회에 “계양전기(강소)유한공사 지분과 해성디에스 지분으로 구성된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해성산업에 흡수합병하는 내용의 분할합병을 의결했다”고 통보했다. 회사가 알린 내용에 따르면 올해 12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2월1일이면 분할합병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계양전기(강소)유한공사는 계양전기와 동일하게 해성산업의 직계 자회사가 된다. 계양전기(강소)유한공사가 계양전기의 위탁으로 국내 천안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일부 생산했던 구조가 깨지는 것이다.<표 참조>

- 계양전기(강소)유한공사가 계양전기와 동일하게 해성산업의 직계 자회사가 될 경우 어떤 문제가 있나.
“계양전기(강소)유한공사는 현재 천안공장과 동일한 자동차시트 모터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한다. 아직 천안공장만큼은 아니지만 현재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도 갖췄다. 천안공장의 물량을 이원화할 수 있다고 본다. 기존에도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물량을 반으로 나누거나, 수주를 양쪽으로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고용도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양전기는 국외 고객사 발주 의향과 중국 내 판매계획을 고려해 2017년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에 계양전기(강소)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투자 여력 안돼 사업 축소 지속
회사 성장·발전 투자기금 내놓아야”

- 노조는 어떤 요구를 하고 있나.
“핵심요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동일하다. 계양전기(강소)유한공사를 계양전기가 위탁경영해야 한다는 것과 국내 물량을 계양전기(강소)유한공사에 이원화하지 않는다는 합의다. 또 해성디에스 지분을 계양전기 성장과 발전 투자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계양전기가 가진 해성디에스 지분은 9.62%로 18일 종가 기준 720여억원이다. 해당 지분을 인적분할해 해성산업이 흡수합병하면 계양전기의 주주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분에 비례해 해성산업의 주식을 배정받는다. 계양전기 주주들의 권리는 보존되지만, 계양전기의 자산은 줄어든다.

“회사의 사내유보금이 많지 않아요. 투자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사업을 축소시키고, 인원을 줄이고, 투자도 안 하려는 행태를 최근 몇년 동안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 노조 요구에 회사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지난 16일 3차 실무협의를 했다. 회사가 제안한 내용은 기존 단체협약으로도 보장하고 있는 고용안정 내용과 다르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노조가 제시한 요구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 18일 본사를 방문해 사장과 만났다고 들었다. 소득은 없었나.
“노조가 제안한 요구에 대해 합의서는 아니더라도 회의록 등을 통해 담을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투자에 대한 부분도 시간적 여유를 주면 고민해 보겠다고 답한 상태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보였다.”

- 회사가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지난 17일부터 전체 조합원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중국 공장에서 들어오는 부품의 현장 유입을 막고 있다. 그런데 그게 현대자동차 신형 그랜저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보니, 고객사 납품이 늦어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조 요구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회사가 고객사에 납품을 못해, 완성차사 라인이 멈출까 봐 대화를 한 것으로 본다. 18일부터는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연장·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연장근로를 하려면 노동자 신청이 있어야 하는데 연장·특근에 사인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 회사에 전하고 싶은 말은.
“노조 요구를 100% 수용하지 않은 이상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을 회사가 만들었다. 회사는 노조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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