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철도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면서 철도 현장의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질적인 인력부족이 근본원이라는 노조 분석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노사 짬짜미”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철도가 위험한 현장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왜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오봉역 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젊은 철도노동자가 입환 작업 중 숨진 오봉역은 이미 사고 전에도 위험 요소가 다수 있는 현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들 위험 요소는 오봉역의 구조적 문제에서, 그리고 이 구조적 문제는 40년 전 투자된 오봉역을 전국 철도물류 물동량의 36%가 집중된 거점으로 계속해서 활용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한다.

철도 현장과 언론은 측선과 측선 사이에 안전통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집중 조명했다. 이는 다른 마땅한 화물 처리역이 없어 열차 유치용량을 늘리는 것이 우선시됐기 때문이다. 촘촘히 설치한 측선은 철도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한다. 통과하는 열차와 이동 중인 노동자가 접촉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조도 높은 조명을 쓰지 못하는 것은 주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이 유지된 결과 신입 사원들의 현장 이탈(이직·전출)이 흔하게 벌어지고, 이로 인해 숙련을 유지하고 전달할 수 있는 팀 구성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 철도물류 현업의 모습이다.

이처럼 철도물류가 열악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철도물류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 사업은 1970년대 이래 거의 50여년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수송량 역시 1993년 이래 30년간 감소했다. 도로 물류가 폭증하고, 석탄 수송이 사라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래전부터 철도물류를 사양산업으로 간주했다. 수도권 유일의 내륙항 오봉역의 현 주소도 이에 기인한다.

그러나 철도물류를 이렇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철도물류는 트럭으로 수송하기에는 무거운 화물을 주로 수송한다. 철강·시멘트·광석은 물론, 컨테이너 역시 매우 무겁다. 이들을 실은 트럭은 무게로 인해 승용차보다 도로 구조물에 더 큰 손상을 줄 뿐만 아니라, 승용차보다 차량도 크고 가·감속도 둔중해 정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탄소 효율도 압도적으로 높아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를 건설하고 제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로 화물을 철도물류로 최대한 흡수해 내야만 한다. 정부 역시 이들 효과를 잘 알고 있다. 지속적으로 전환 교통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예산 또한 증액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조금은 시설 조건이 열악한 오봉역으로 모든 물류가 집중될 경우 의미가 바랜다. 게다가 오봉역을 보조할 수도권의 여러 화물 거점들은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역세권 개발 앞에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 철도물류의 오봉역 집중이 강화되는 가운데, 수도권의 보조 화물역 또한 사라져 간다면 결국 전환교통 보조금은 결국 구멍 뚫린 독에 물을 붓는 정도의 의미만 가지게 된다. 더불어 오봉역 부지는 분지 지형으로 시설을 추가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측선을 빼곡히 설치하고,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정도로 조명과 민가가 가까이 인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이 부지 제한 때문에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 오봉역은 철도에서도 위험하고 힘든 현장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본래 오봉역이 개업한 1984년 당시, 이 역은 지금보다 위상이 더 높았다. 중앙선과 경부선 사이를 현재의 서울 문정동을 지나 연결하려는 계획 철도선의 일부로 먼저 지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이후의 철도망 노선 건설 계획은 취소한다. 그 결과 현재의 오봉역은 맹장과 같은 구조로 남아 있다.

정부는 오봉역의 기능을 분산시킬 물류 기지와 시설 투자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오봉역에 걸리는 부담을 덜어 사고를 예방하고, 철도물류 사업을 소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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