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A차량에 들어가는) 콕핏 (조립) 개당 단가는 3만7천원이에요. 한 달 인건비는 잔업·특근을 안 한다는 가정에 3억6천만원이 나가요. 1천만원은 당연히 적자가 나고, 회사는 휴업수당이든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할 여력이 없죠.”

한국지엠 2차 하청업체인 디지에프오토모티브 이야기다. 이 업체는 한국지엠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에 들어가는 콕핏(운전석)을 조립한다. 이재영 금속노조 부평공단지회장은 “이렇게 하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올라가고, 노동조건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에프오토모티프의 경쟁사는 제작년에 폐업했고, 7년 전에는 우리 회사가 그 업체 물량을 가지고 온 적도 있었다”며 “업체별 단가 경쟁을 하게 하고, 실제로 단가금액을 제출할 때는 ‘0원’이라고 쓰인 쪽지를 제출하게 만드는 원·하청 간 불합리한 구조 탓”이라고 전했다.

이는 디지에프오토모티브, 혹은 자동차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0.3% 대기업이 국내 기업 전체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부분 대·중소기업, 원·하청 거래에 적용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 평평하게 바꿔 줄 것으로 기대되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논의가 활발한 배경이다.

“논의만 14년째, 구조적 병폐 심화”

금속노조와 금속노련, 참여연대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7간담회실에서 ‘제대로 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우원식·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이은주·류호정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납품납품단가연동제는 원자잿값이나 공급단가 변동에 따라 하청업체가 원청에 납품하는 대금을 연동시키는 제도를 의미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14년째 논의했지만,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사이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로 인한 병폐는 더욱 심화됐다.

정유림 금속노조 기획국장은 “부품사가 기술력을 축적하려면 이윤이 남아야 하는데, (원·하청 불공정거래로) 이윤축적이 어렵다”며 “경쟁입찰을 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원·하청이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하는 것은 아주 낮은 비율”이라고 주장했다. 정 기획국장은 “(완성차사는) 여러 부품사에 복사발주를 하기 때문에 하청사는 다음 계약 때 물량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며 “CR(단가인하)도 줄지 않고, 유지되거나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용절감을 뜻하는 CR은 원청이 하청에 요구하는 원가삭감 목표치다.

정부·여·야, 필요성에는 공감

중소기업 노사의 바람을 담은 납품단가연동제가 내년에는 시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 모두 해당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당론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도 당정협의를 거쳐 이달 11일 이철규 의원이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도급법 개정안도 발의를 앞두고 있다.

정부·여당의 상생협렵법 개정안은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 중 위·수탁기업이 협의해 정한 원재료의 위·수탁 거래시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사항을 약정서에 기재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의 하도급법·상생협렵법 개정안은 하도급 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의 가격 변동으로 인한 하도급대금 조정을 위해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김남주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민생희망본부)는 “납품단가 연동의 기준이 원자잿값이 아닌 공급원가로 해야 한다”며 “원자잿값으로 할 경우 조선업처럼 인건비 비중이 높고, 인건비 등이 올라도 납품단가 조정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종건 중소기업중앙회 상생협력부 부부장은 “(원자재 혹은 공급원가) 상승률, (공급원가 중) 원자재 비율을 합의하도록 하면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대기업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납품대금연동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박종배 공정거래위원회 거래정책과장은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도 처음에는 원자재 기준으로 하다가 10여년 사이에 제도가 진화해 공급원가 기준으로 바뀌었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분에서 (원재료가) 10% 이상 차지하는 조건에 따라 적용 대상이 많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 원재료라는 것도 중간재도 포함돼 적용범위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노형석 중소벤처기업부 거래환경개선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연동제 법안의 조속한 법제화”라며 “입장에 따라 보완과 강화에 대한 요구사항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로 인해 법제화 절차가 혹시 지연될까 걱정이 있다”며 협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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