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시민 6만8천여명이 정수기·공기청정기 같은 대여제품을 점검하는 방문점검원들에게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고 보고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노동자들이 시민들이 서명한 서류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위원장 이현철)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방문점검원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는 지난 8월10일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두 달 만에 6만8천244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노조는 지난 9월 자체적으로 마련한 ‘방문판매 점검원 위수탁 표준계약서(안)’을 발표했다. 고객의 중도해지로 수수료를 회사에 토해 내거나, 계정을 관리자에 의해 사실상 빼앗기는 식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계약해지 절차를 구체화하고 판매와 점검을 별개 업무로 구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위탁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담겼다.

방문점검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 신분으로 노조를 설립해도 사측과 교섭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케어솔루션 매니저와 코웨이 코디·코닥은 각각 노조설립 2년3개월, 3년 만에 사측과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잠정합의했다. 사측은 방문점검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하다 노동위원회가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한 뒤에서야 교섭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지난해 3월 가전통신서비스노조에 조직된 SK매직MC지부는 교섭의 첫발조차 떼지 못한 상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방문점검원들의 경우에는 더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릴 공산이 크다.

노조는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방문점검원들에게 직종별 표준계약서가 도입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현철 위원장은 “업무상 필요한 차량·물품도 개인이 부담하고, 고객이 렌털료를 연체하거나 중도해지하면 회사가 수수료에서 공제해 버린다”며 “당장 법을 바꿀 수 없다면 우선 방문점검 노동자 표준계약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외쳤고 약 7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조는 17일부터 서울노동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노동부는 현재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공통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노동부 디지털노동대응TF팀 관계자는 “내년 초 연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직종별로 표준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된 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효과적으로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다른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고 이해관계자들 의견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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