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프 노조 네트워크

바스프(BASF) 노동조합 아시아태평양 네트워크 회의가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렸다.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산업 기업으로 독일에 본사를 둔 바스프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80여개국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1천200여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는 바스프 코리아는 여수·울산·군산·안산·예산·김천 등에 생산공장과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2000년 광주에서 첫 회의를 갖고 출범한 바스프 노동조합 아시아태평양 네트워크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인디아·말레이시아 등의 공장 단위 노동조합들이 참여해 노조활동, 노사관계, 근무조건, 회사 정책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노동조합 차원의 공동 대응책을 논의해 왔다.

한국·인도네시아·인디아·말레이시아 4개국의 10여개 공장에서 근무하는 20여명의 노조간부들이 참석한 이번 서울 회의에서는 노동조합과 노조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인정 문제가 부각됐다. 한국 바스프의 경우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인디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여전히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디아의 경우 사용자들이 노조 회의에 참가하는 노조간부에게 유급휴가를 보장하지 않았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노조 전임자와 노조 사무실을 거부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두 번째 쟁점은 회사의 산업안전정책을 사용자들이 노동자와 노조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관행이었다. 회사가 정책적으로 안전보건을 성과평가에 연동시킴으로써 실제 안전보건에 관련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공장 성과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숨기는 문제가 지적된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비롯한 안전보건에 관련된 국제기준은 안전보건이 노동자에게는 권리이며 사용자에게는 의무임을 분명히 하면서 회사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회사 정책이 집행될 때는 안전보건 의무가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쟁점은 재무제표와 투자정책 등 기본적인 회사 정보 공개와 관련한 것이었다. 바스프 본사는 회사의 사회적 책임 정책으로 회사의 정보공개 의무를 규정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고 명백히 약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을 비롯한 인도네시아·인디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많은 공장에서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사용자가 노조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회사 정책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으로써 노사관계가 불안정해지고 노사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례가 인디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보고됐다.

독일 화학기업인 바스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사관계 정책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바스프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유엔 글로벌 콤팩트’와 ‘기업활동과 인권에 관한 유엔 지도지침’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국제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독일은 물론 세계 각국의 사업장에서 국제기준들을 성실히 준수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한편 사무직노조와 6개 공장노조가 한 데 모여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국 바스프 노조들의 활동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참가자들로부터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한국바스프노조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송진광 바스프 사무직노조 위원장은 “공장별 수준에 머물고 있는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을 전국 수준으로 발전시킴으로써 한국 바스프의 노사관계를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바스프 노동조합 네트워크 회의 참가자들은 회사 정책과 국제기준이 좋더라도 노동조합의 자율적인 활동과 성숙한 노사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립 서비스’에 그칠 뿐이라면서 노조활동 활성화를 통한 노동조합 역량 강화가 바스프 노조 발전의 핵심 문제라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각국 노조들의 사업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연락 체계를 정비하며 정기적인 인터넷 회의를 통해 단체협약 공유 등의 활동을 진행키로 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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