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다. 지난 5일 한국인 사망자 130명 전원의 발인도 마무리됐다.

이제부터는 진실과 책임의 시간이다. 그동안 정부 또는 여당은 “지금은 애도할 때”라거나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진상조사 요구를 봉쇄하면서도, 사건 당일 관계자들의 행적을 수사하며 책임 범위를 좁혀 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없는가?

제일 먼저 짚을 것은 “개최 주체가 없어서 선제적인 안전관리가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배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주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발언이 모두 맥락을 같이한다. 그런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66조의 11은 개최 주체가 있는 축제의 경우 지자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감독하고 행안부 장관과 시·도지사가 이를 지도·점검하라는 내용이다.

개최 주체가 없다고 해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법 4조1항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규모 인파로 인한 압사 사고라는 사회적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는 결국 국가와 지자체에게 있다. 또한 이러한 재난안전법상의 의무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해석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편 이태원 참사가 ‘극도의 혼잡’에 해당되므로 경찰관에게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 ‘위험 발생의 방지 등’에 해당하는 의무가 있었는지에 대해, 5조에 나오는 ‘다음 각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재량조항이므로 방지의무를 지우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경찰관의 조치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춰 볼 때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행위가 돼 원칙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다45927 판결 등).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는 경찰관의 ‘직무’로 부여돼 있고(경찰관 직무집행법 2조1호), 앞서와 같은 재난안전법상 의무도 있으므로, 압사와 같은 재난발생이 예견될 때는 경찰관의 재량이 ‘0’으로 수축하거나 의무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또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경찰의 조치의무가 인정되므로 ‘무제한의 책임 확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직사 살수로 사망에 이른 고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인정돼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9. 8. 9. 선고 2018도1671 판결, 대법원 계류 중). 구 전 청장은 당시 현장에도 없었고 살수차를 직접 지휘·감독하는 현장지휘관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경찰 인력·장비 운용과 집회 안전관리의 총괄 책임자로서 자신의 지휘권을 행사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고 있는 원인과 실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됐다.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은 2018년 정부와 구 전 청장 및 현장지휘관 등과 조정이 성립해 별도의 국가배상 판결이 선고되지는 않았다.

이런 사례에 비춰 보면, 이번 이태원 참사 관련 혼잡경비 실패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의 책임은 현장 근무자들 외에도 이를 보고 내지 신고받고 적절한 지휘를 내리지 않은 경찰 지휘부에도 인정될 수 있다. 국가 역시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태원 참사에 관한 검토는 노동현장에서의 국가 및 공공기관의 법률적 의무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도 일정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행정근거로서의 재량조항은 구분될 필요가 있지만, 구체적인 조치에 관한 재량조항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계가 이태원 참사에 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에 연대해야 할 이유이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노동조합 조합원을 비롯해 모든 희생자들께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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