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간호사였는데 우연한 계기로 노조간부가 되면서 알지 못했던 ‘큰 세상’이 일상과 밀접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간부 생활을 시작한 제게 매일노동뉴스는 지식을 주며 길라잡이 역할을 해 줬습니다.”

“알바노조에서 활동할 때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이야기를 실어 주는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언론이었어요.”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가족재단 아트홀봄에서 <매일노동뉴스> 창립 30년 기념식 및 후원의 날 행사가 열렸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정책부장인 국립중앙의료원 13년차 간호사 이선아(35)씨와 위드유(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매니저로 일하는 이가현(29)씨가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30대 이거나, 내년이면 30대가 되는 두 여성노동자는 서른 살이 된 매일노동뉴스에 “노동이 존중이 받는 세상을 만드는 길에 늘 함께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건네며 행사의 막을 열었다.

행사에는 노·사·정 대표자를 포함해 각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30년의 기록, 미래를 위한 경청’이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회는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이 맡았다. ‘매일 30년’ ‘노동 30년’ ‘뉴스 30년’ 3부로 진행됐다.

부성현 매일노동뉴스 대표이사는 “이런 언론이 지구상에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는 정신이 지금껏 매일노동뉴스를 이끌었다”며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고, 다수가 본인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회”라고 말했다. 부 대표는 “노동전문 일간지의 싹을 틔운 지 30년, 이제 어엿한 나무로 성장했다”며 “비록 지금은 나무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열리게 될 창립 40년, 창립 100년에는 노사정의 푸르른 숲에서 만나 뵙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미조직 노동자·약자 목소리 담아 달라”
“콘텐츠 형식·내용, 과감히 변해야” 조언도

노사정 주요 관계자들은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자조차 노동뉴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시대”라며 “독자를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형식과 내용에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순회 일정으로 불참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를 대신해 축사한 전종덕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14%의 조직된 노동자를 편가르기보다 86%의 미조직된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매일노동뉴스가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동근 한국경총 상근부회장은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대립적 노사관계를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며 “매일노동뉴스가 어느 한쪽의 주장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 입장과 사실관계를 정확하고 균형감 있게 전달하면 노사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자리하지 못했지만 축전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 노노 간의 균형”이라며 “사회적 약자가 소외받는 일이 없도록 현장 곳곳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 근로자도 아닌 자영업자 같은 소외된 분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담아 달라”며 “가장 낮은 곳, 가장 힘든 곳, 가장 잊혀진 곳을 찾아서 앞으로 30년 동안 이 사회의 빛나는 등불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각 정당 대표도 축하의 인사를 전해 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영상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증진과 균형 잡힌 정책 결정 형성에 힘써 온 노고에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전한다”며 “한결같은 초심과 정론직필의 자세로 사회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축전을 보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특정 이해관계에 편향되지 않은 정론지로 노동자의 현실과 노동관계, 노동의 현장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공기로서 그 역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매일노동뉴스가 걸어온 길 위에서 이 세상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 많은 노동자들이 위로와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의 30년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노동자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더 깊고 강한 단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매일노동뉴스는 30년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며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위해 힘써 달라”

행사에 참석한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가 제가 바라는 사회”라며 “아들을 잃고 나서 죽고 다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죽음은 거의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 법을 위헌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위헌이라는 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법이 잘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힘써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매일노동뉴스 전·현직 사외이사인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사회공헌 이사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행사 공연으로 이소선합창단 단장을 맡고 있는 성악가 임정현씨가 무대에 올라 ‘이름’을 불렀고, 국가무형문화재 전승교육사 이장학 소리꾼이 ‘정선 아리랑’을 열창했다. 종합예술단 봄날은 김광석의 ‘일어나’와 창작곡 ‘봄날이 온다’를 부르며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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