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고랜드 홈페이지 갈무리

가뜩이나 불황으로 외줄을 타던 금융시장에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이 겹치면서 금융회사 고용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일부 기업은 연말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라며 부인하는 모양새지만 내년 채용시장부터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자동차그룹 금융 3사 가운데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4일까지 근속 20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 현대캐피탈은 7월께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우리금융그룹은 12월께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중소 캐피탈·커머셜회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올해 금융권 희망퇴직은 7월에도 한 차례 있었다. 현대캐피탈을 비롯해 하나카드·현대해상·흥국화재 같은 회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김준영 사무금융노조 여수신업종본부장은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이전부터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예금)기능이 없는 금융사를 중심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커졌다”며 “이런 자금시장 문제를 여러 번 정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레고랜드 사태는 이런 자금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준 셈이다.

김영주 노조 현대카드지부장은 “지금 실시하는 희망퇴직은 레고랜드 사태가 직접적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시장상황이 더욱 나빠진다면 회사로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신용카드 영업부문 손실이 누적한 카드사들은 어려움이 더 크다. 두성학 노조 비씨카드지부장은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하면 내년부터 신규채용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이르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희망퇴직 같은 인건비 감축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은 카드·캐피탈·커머셜 같은 곳과 달리 수신(예금)기능이 있지만 금리가 빠르게 오른 게 부담이다. 이진한 노조 저축은행지부장은 “예금금리가 높으면 여신(대출)에서 아무리 힘을 내도 줄 돈이 커지니까 부담도 확대한다”며 “현재 은행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높이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부장은 “이미 저축은행 몇 곳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신규채용은 불가능할 것이고 희망퇴직 이야기도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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