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희돈 ㈜메타지음 대표(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의료시설은 환자 식별과 관련해 오류의 여지가 거의 없어야 한다. 의료팀이 환자의 병력을 기반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100% 정확도로 식별돼야 한다. 그런데도 종종 환자 또는 환자기록물이 바뀌어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006년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2명의 진료기록부가 바뀌어 위 절제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갑상샘 제거 수술을 받고, 갑상샘 환자는 멀쩡한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 대형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마취 전 환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등의 준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다. 2019년 9월에는 서울의 산부인과에서 임신 6주 진단을 받고 영양제를 처방받은 여성에게 낙태 수술을 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다른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환자의 것으로 오인해 신원확인 절차 없이 수액 대신 수면마취제를 투여했다. 환자 확인은 의료현장에서 항상 강조하는 주요 원칙이나 이 절차를 빠뜨려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따르면 2016년 7월~2018년 12월까지 583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투약오류(279건)가 가장 많았으며, 검사(168건), 등록번호 발급 등 기타 오류(119건), 처치(8건), 수술(4건), 수혈(4건)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환자 확인 절차 위반으로 생기는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원 환자가 수술을 받기까지는 대개 5번의 환자 확인 절차를 거친다. 우선 병실에서 한 번, 수술실에 이동하기 전 수술명과 수술 부위 등을 두 번째로 확인하고, 수술실에 들어와서도 이러한 확인 과정을 두 차례 거친다. 수술 직전 마지막 단계에서는 수술 의료진이 환자 이름, 생년월일 또는 등록번호, 수술 부위, 수술명 등을 복창하고 반복 확인하는 ‘타임아웃’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특히 치매 환자나 지적장애인 등 본인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일명 ‘당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또는 등록번호’로는 환자 신원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생체인식은 지문, 홍채·망막, 안면, 지정맥 등 생체정보를 이용해 개인을 식별·인증하는 정보 보안 기술로 높은 신뢰성 및 편의성을 제공하는 차세대 정보보안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생체정보와 같은 빅데이터의 신속한 처리가 가능해졌으며, AI 기반으로 인식 정확도가 높아짐에 따라 얼굴인식, 홍채인식, 정맥 인식, 음성인식 등 다양한 유형의 생체인식 기술이 등장하고 상용화되는 중이다. 이 중 정맥 인식기술은 복제 불가능한 높은 보안성을 앞세워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고 맨눈으로 관찰되지 않는 정맥 패턴을 활용하는 기술로서, 적외선 조명과 필터를 사용해 피부에 대한 혈관의 밝기 대비를 최대화해 관찰된 정맥의 분포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가장 높은 보안성을 유지한다. 또한 다른 생체인증 수단에 비해 높은 본인 인증률과 피부가 건조하거나 외부 기온에 의해 혈관이 수축하더라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인증이 가능하며 정맥은 인체 내 정보로 분실위험이 없고 모양의 변화가 없다. 최근 일본에서는 전자진료기록 카드시스템(환자 정보의 관리)과 진료 접수창구(환자의 본인 확인), 의약품 재고관리(약제 지출관리), 주요 시설 출입통제(신생아실) 시설에 정맥인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정맥 생체인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의료기관에 도입하면 환자의 정확한 신원확인이 가능하며, 특히 의식이 없거나 치매 등 인지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의 정보 확인에 도움을 주고 환자 정보가 바뀌어 발생하는 의료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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