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퇴직급여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청구인 A씨가 퇴직급여법 3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퇴직급여법 3조는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및 가구 내 고용활동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이 가사사용인을 일반 근로자와 달리 퇴직급여법 적용에서 배제하고 있더라도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는 가사사용인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퇴직급여법에 의한 퇴직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으나 2018년 9월19일 기각됐다. A씨는 항소하면서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해 퇴직급여법 적용을 배제하는 퇴직급여법 3조 단서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다. A씨는 제청신청이 기각되자 2019년 11월20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가사사용인이 제공하는 근로가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특수성을 고려했다. 헌재는 “퇴직급여법은 사용자에게 여러 의무를 강제하고 국가가 사용자를 감독하고 위반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해 다른 사업장과 동일하게 퇴직급여법을 적용할 경우 이용자와 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국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어렵다”고 했다.

퇴직급여법을 적용할 경우 이용자에게는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지급을 위한 직접적인 비용 부담 외에 퇴직급여제도 설정·운영과 관련한 노무관리 비용과 인력 부담이 발생하는 점도 고려됐다. 헌재는 “가사사용인 이용 가정의 경우 일반적인 사업장과 달리 퇴직급여법이 요구하는 사항을 준수할 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퇴직급여법을 가사사용인의 경우에도 전면 적용한다면 가사사용인 이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각종 사회보장제도에서 소외되고 있는 가사사용인을 퇴직급여제도에서까지 배제하는 것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키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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