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홍콩에 사무실을 두고 중국의 노동문제를 감시하는 중국노동통신(China Labor Bulletin)이 ‘중국 노동자 십 년 단체행동의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단체행동을 중국에서는 집체행동이라 한다. 중국노동통신은 보고서에서 2011년 ‘노동자 단체행동 지도’를 낸 이후 지난 10년간 일어난 노동자의 파업 등 단체행동 현황을 정리해 놓고 있다. 중국노동통신이 운영하는 ‘노동자 단체행동 지도’의 소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십 년 동안 발생한 1만4천건 이상의 사건을 검토한 것이다.

보고서는 21세기 들어 중국 각지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이 사회적 관행이 됐다고 본다. 중국 정부는 “중국 노동자들이 평등한 고용과 직업 선택, 보수를 받을 권리, 휴식과 휴가를 받을 권리, 안전과 건강 보호를 받을 권리, 직업기술훈련을 받을 권리, 사회보험 및 복지를 향유할 권리, 노동쟁의를 제기할 권리 및 기타 법으로 규정된 노동 권리를 보장받는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국노동통신이 보기에 중국 정부가 노사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여전히 여러가지 제약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노동자의 단체행동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중국 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저비용에 의존한 수출 중심의 제조업에서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같은 서비스 산업의 부상으로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병원과 요식업은 물론 은행과 금융과 같은 서비스, 그리고 화물운전사의 운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노동분쟁이 증가했다. 급여·연금·의료 보험 등이 문제가 됐다.

둘째, 1990년대부터 쓰촨과 허난 등 중국 내륙지역의 도시화와 경제발전이 가속화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업 투자가 내륙으로 확장했고, 이들 지역에서 노동분쟁도 급증했다. 한때 홍콩에 인접한 선전은 중국 노동자 시위의 진원지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 ‘노동자 단체행동 지도’는 선전에서 일어난 100건의 노동자 시위 중 75건이 제조업 공장에서 일어났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불과 2년 후인 2017년에는 선전에서 제조업 노동자의 시위는 22건으로 줄었다.

셋째, 노동과 관련된 전통적인 사회구조가 침식되고 노동자들이 사회에서 점점 더 고립되고 파편화되고 있다. 시골에서 도시로 나온 이주노동자 1세대가 고령화됐다. 이에 맞물려 노동 불안정이 심화하면서 연금 등 사회복지제도가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의존했던 '친족과 지역의 유대’는 약해졌다. 대신 공장과 사무실이 노동자들에게 연대와 연결의 자연스러운 기반을 제공했다. 특히 지난 십 년 동안 등장한 웨이보·위챗·더우인·콰이쇼우와 같은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노동자들의 단체행동 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째, 지난 십 년 동안 중국 전체 노동자의 단체행동과 시위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2013년에 공장노동자 시위는 전체의 46.5%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지난 십 년 동안 노동자들의 행동에서 서비스와 운송업이 제조업을 능가했다. 지금 중국에서 노동자 단체행동과 시위의 주체는 건설노동자라 할 수 있다. 전체 단체행동에서 건설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안팎이다. 특히 2020년 이후 많은 건설 회사가 현금 흐름과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임금체불이 크게 증가했다.

십 년 전에는 대도시에서 위생 노동자, 청소부, 상점 및 식당 노동자와 같은 비전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노동자 시위가 흔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는 호텔·술집·노래방·체육관·기술회사·은행·금융회사·의료기관, 유치원 및 학원과 같은 사립교육 기관을 포함해 모든 노동자층에서 시위가 확산했다. 그리고 운전학교·골프장·놀이공원·프로축구팀·텔레비전 방송국과 지역의 언론매체에서 노동자들의 항의와 시위가 잇달았다.

2017년 이전에는 운송산업의 시위를 택시기사들이 주도하는 경향이 있었고, 택배나 음식 배달원들의 시위는 산발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발전은 식품 유통 및 기타 특송 서비스산업의 대규모 발전을 촉진하면서 이들 신흥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급증했다. 2010년대 후반 본격화한 중국의 2019년 전자상거래 매출은 1조9천억달러였다. 세계 최대 규모로 세계 2위 전자 상거래 시장인 미국의 3배가 넘고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55%를 차지했다. 플랫폼 노동시장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2017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중국노동통신의 ‘노동자 단체행동 지도’는 음식 배달노동자와 택배기사들이 주도한 220건의 집단 시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모든 운송산업 시위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플랫폼 경제에는 노동시장만 존재할 뿐 노사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의 통제를 받는 노동자들은 교섭할 수 없으며, 권리 보호에서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 노동자 십 년 단체행동의 시사점’ 보고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의 경제구조가 계속 변화해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과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연히 노동자 단체행동의 중심도 전통적 제조업에서 새로운 유형의 유연한 고용형태를 지닌 플랫폼 경제로 옮겨 가는 중이다. 보고서는 현재 노동쟁의의 주요 원인을 노동권 보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도적 실패에 있다고 분석하면서 향후 더 많은 노동자들이 정부의 관심을 끌고 당국의 개입을 통해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위와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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