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록 (사)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운영위원장

해마다 10월이 되면 전국 각지의 건설기능학교와 건설현장에서 기능을 전수받은 용접사·배관사·형틀목수·철근공·비계공을 포함한 10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각자 배우고 익힌 기능과 기술을 가지고 도면에 제시된 과제를 완성하는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가 열린다.

명실상부한 국가공인 기능경기대회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 정확한 명칭인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와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해 금메달 몇 개를 따서 종합우승을 했다는 등의 언론보도를 통해 한 번씩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은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 최초로 2008년도에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를 개최했고 그 후 매년 대회를 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2020년 대회는 개최되지 않았지만 2021년 대회는 역대 최고인 95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대중적인 행사로 치러졌다.

대회 1~3위 입상자는 국가기술자격 기능사 검정을 면제받아 해당 종목의 기능사 자격증이 발급되고 있다. 또한 대회 입상 결과가 건설기능인등급제 경력환산에 반영된다.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가 명실상부한 국가공인 기능경기대회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건설산업연맹이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건설기능경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인가? 건설노동자들이 건설일용직 ‘노가다’가 아닌 전문적인 기능·기술을 통해 건축물을 책임 시공하는 전문직업인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또한 기능경기대회를 통해 정부와 건설자본이 방치한 건설노동자의 기능훈련사업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간 노동조합의 건설기능학교 사업 성과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건설기능인 양성 방치한 정부와 건설자본

일정한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역군이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잡부라 한다. 정부와 건설자본은 건설노동자들을 말로는 건설산업의 역군으로 칭하지만 실제로는 일용직 잡부로 취급하고 있다.

건설자본은 건설현장의 건설기능인력 고령화 문제에 대해 땀 흘리는 육체노동을 싫어하는 청년들이 건설업 취업을 기피하므로,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해서 언제든지 사용하다 버릴 수 있는 젊은 외국인력을 대거 유입시켜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구장창 떠들고 있다.

정부는 건설기능인을 양성한다고 매년 수백억원의 고용보험기금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 돈들은 대부분 민간 영리 훈련기관의 화수분으로 전락했다. 또한 건설자본의 청탁을 받아 내국인 건설기능인 양성 대신 외국인력 건설현장 유입 확대만 강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현장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을 바꾸고 건설기능인을 육성해 건설산업의 발전에 앞장서는 건설산업연맹의 진면목을 알게 된 건설노동자들이 노조에 대거 가입하자, 이를 막기 위해 정부와 건설자본이 한통속이 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국무조정실 산하에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건설산업연맹 산하 건설노조를 불법 폭력단체로 낙인을 찍고 노동조합의 단체활동에 대해 형사처벌과 막대한 과징금으로 겁박하는 등 민주노조 탄압에 혈안이 돼 있다.

건설기능인 고령화 대책, 정부가 나서야

건설산업연맹은 건설산업의 당면 과제인 건설기능인력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성화고 학생과 청년들이 건설현장에 청춘의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적정임금을 받으며 일과 삶의 균형이 확보된 현장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기능 습득과 숙련도 향상에 의지를 가진 청년들이 언제든지 건설기능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기능전수에 특화된 건설기능학교를 전국 각지로 확대하고 있다.

건설기능인력 고령화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건설현장의 기능공 대부분이 50대 중후반의 연령대가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도래에 따른 기능단절을 막기 위해 퇴직세대가 현장에서 익힌 기술·기능을 청년층에게 전수했다. 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 건설기능인 육성기금을 조성해 건설기능인을 육성한 일본 정부의 선례를 따라가지 않으면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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