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올해 정기국회 최대 쟁점 법안 중 하나는 사측이 파업 노동자에게 제기하는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통과를 강하게 주장하고, 국민의힘과 정부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면책해 주는 법안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53·사진) 민주당 의원을 만나 정기국회 내 노란봉투법 처리 방안을 포함한 노동현안에 대해 들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노동부문 최고위원을 거쳐 노동 부문 비례대표로 선출된 한국노총 출신 의원이다. 지난 3월부터는 당 원내대변인으로 당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7월과 8월 노동자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는 노조법 개정안,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노조법 개정안, 2조·3조 묶으면 쉽지 않아”

- 노란봉투법을 두 개로 나눠서 발의한 이유는.
“현재 노란봉투법 내용은 두 가지다. 나눠서 봐야 한다. 사측이 노동자에 제기하는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조법 3조 개정안이 하나다. 사용자와 노동자 개념을 확대해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동자 교섭구조를 만들고, 단체협약 구속력을 지역에서 산업과 업종까지 확대하는 노조법 2조·36조 개정안이 하나다.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안을 하나로 묶어 내놓은 법안도 있다. 하지만 묶으면 이해가 어렵다. 이해가 어려우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아진다.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만을 가지고 이야기해도 풀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손배·가압류 제한 법안 하나도 통과가 어렵다는 뜻인가.
“그렇다.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법은 ‘노조의 불법파업’을 돕는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원청이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청구해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걸 막자는 의도인데, 행위 자체를 사회가 인지한 단계가 아닌 것 같다. 노란봉투법보다 ‘손배폭탄 방지법’으로 이름을 붙였다면 국민 설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부모님이 생계의 어려움으로 파업을 했는데, 그 때문에 생계가 무너지는 걸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

- 국민 설득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법 2조 개정안까지 낸 이유는.
“원청과 하청노동자의 교섭구조를 만드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노동자와 사용자만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데,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사용자임에도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로 인정하지 않아 상호 교섭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교섭현장을 보면 노사가 교섭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교섭 중 있었던 일들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신사협정으로 마무리한다.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동자 간 교섭을 할 수 있게 되면 손배·가압류 제한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어진다.”

“정의로운 전환 지원법, 정기국회 통과 기대”

- 노란봉투법 외에 정기국회에서 통과해야 하는 노동관계법은.
“정의로운 전환 지원법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밀려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미 화력발전소 폐쇄와 전기자동차 전환으로 변화가 시작된 발전사,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은 대규모 실업이 예상된다. 노사와 지역사회를 포함해 의견을 수렴하고,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원센터를 만들고 기금도 마련해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피해받지 않도록 차근히 대응한다는 게 법안 핵심이다.”

- 최근 정의로운 전환 관련법 공청회가 있었는데.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기대해 본다. 지난해 법안을 발의하고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에게 공청회라도 열자고 요청드렸다. 끈질긴 설득 시도 덕분인지, 임 의원이 지난 6월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공청회가 열렸다. 경험에 비춰 보면 빠르게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가사근로자법 통과 때 우리 당에서 8개월간 설득하고, 국민의힘에서 관계 법안을 발의했다. 2개월 뒤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환노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 외에도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기본법안(강은미 정의당 의원),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있다. 산업구조 전환으로 변화할 인력수요를 정부가 예상하고, 이를 근거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큰 틀은 같다. 기본계획 심의·의결기구를 고용정책을 총괄하는 고용정책심의회로 할지(이수진·임이자), 별도 위원회를 둘지(강은미)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달 환노위에서 개최한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및 노동전환 지원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여야는 법안의 빠른 통과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민영화,
장시간 무급노동 시도 막을 것”

- 곧 국정감사다. 주력하고 있는 것은.
“공기업 민영화다. 공공기관은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업무들을 많이 한다. 민영화하면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고 노동자 양극화는 심화하면서, 국민들이 받는 공적 서비스의 질은 낮아진다. 정부가 전 정권 지우기에도 나서고 있는데, 청년실업과 노인 일자리 지원과 관련한 것들은 다 없애려고 한다. 막아 내야 한다.”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부문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기획재정부가 7월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담겨 있다. 민간경합·비핵심기능과 유사·중복 기능 통폐합·조정, 자산 매각 및 출자회사 정리가 핵심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형 일자리 예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중소기업 청년노동자의 자산형성을 돕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예산 등을 대폭 삭감했다.

-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이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가져올 변화는.
“이명박 정권 시절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주 120시간 근무 발언, 연장근로시간 한도 월 단위 확대, 사무직 초과근무수당 지급제외 제도(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으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무력화하고 ‘장시간 무급노동’ 확산 시도를 하고 있다. 노사관계는 악화할 것이다. 노조가 과도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며 시민과 분리시키려 할 것이다. MZ세대 노조를 기존 노조와 분리하기 위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정권 친화적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 양대 노총 가맹조직에 대한 포섭 시도도 있을 수 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양극화 해소 위해
원·하청이 마주 보는 구조 만들어야”

- 양극화가 수년째 한국 사회 문제로 거론된다.
“현실적으로 공정임금 도입을 생각한다. 호주 같은 경우 계약직은 고용 불안정의 대가로 임금을 25% 더 지급하더라. 비정규직에 임금을 주고 싶지 않으면 사회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안전망이 없으니 노동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임금교섭으로 싸우는 것 아닌가. 직무급제는 반대다. 업무 계량화가 불가능하고, (직무분류에 따른 임금 수준 차이로) 노동자들 간 생기는 갈등도 문제다.

환노위 차원에서는 원·하청이 마주보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저는 항상 첫 발짝을 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재예방만이라도 원청과 하청 노사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하청 노사가 노사협의회에서 산재를 논의할 수 있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청도 하청노동자의 건강·안전에는 책임이 있구나 하고, 노사협의회에서 산업안전과 관련한 안건을 올려 논의를 하게끔 해야 한다고 본다. 언제나 첫 발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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