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훈 기자

신당역 사건을 목도한 여성노동자들이 젠더폭력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역 사건은 사내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촘촘히 마련돼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며 “일하는 여성이 직면하는 젠더폭력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겪는 젠더폭력 실태를 증언했다. 가정을 방문해 렌털 가전을 관리·점검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일상적인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 김정원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장은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어 주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거나 스킨십을 하고 성적 농담을 건네는 고객이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발생시 작업을 중지하고 사무소에 보고하라는 매뉴얼이 있지만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매우 불만’이 나올 수 있어 매뉴얼대로 대처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김 지회장은 “가정 방문 일정을 잡기 위해 문자를 보내면 ‘술 한잔 하자’거나 ‘사귀자’는 고객도 있다”며 “고객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성 기자들은 외모 품평 같은 성적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수진 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외모를 품평하는 성희롱성 댓글을 달거나 온라인상에 개인 신상을 공개하고 조리돌림을 하는 경우까지 여성 기자에 대한 괴롭힘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신상공개와 조리돌림은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고 실제로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강력한 공포를 심어 준다”고 말했다.

성희롱을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정명재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2인1조로 여성 역무원과 함께 근무하는 역장이 근무시간에 업무용 컴퓨터로 여성 속옷을 검색하고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해 영상을 시청한 사실을 감사실에 고발했지만 견책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며 “역장이 감사실과 회사에서 비호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도대체 누가 성희롱과 갑질을 신고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민주노총은 현장 실태를 반영한 종합적인 젠더폭력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불안에 귀를 기울이고 올바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정부와 기업주, 노조는 일터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젠더폭력에 대해 더 큰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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