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현지시간 21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강행했다. 3회 연속이다. 경기침체를 겪더라도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상승률을 잡겠다는 의도다.

이런 흐름은 적어도 올해 안에는 지속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금리는 4.4%다. 현재 3~3.25%인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만 최대치 기준 1.15%포인트나 높다.

우리나라는 비상이 걸렸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 금리는 우리나라 금리(2.5%)보다 0.75%포인트 높아졌다. 인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당초 한은은 7월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을 결정하면서 이후 물가 상승이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시사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과 부동산시장 경색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이 4분기 내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사실상 선포한 상황에서 금리 차 극복을 위해서라도 빅 스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한미 간 금리 차가 커지면 원화가치가 하락해 외국인 투자 철수나 수입물가 상승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수입 물가 상승은 또다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 염려도 있다. 다만 한은은 한미 금리역전이 반드시 자금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 8일 펴낸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과거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된 때에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대체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역전 폭이 1.5%포인트로 가장 컸던 1999년 6월~2001년 3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169억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23조8천971억원) 유입됐다. 이 때문에 한은이 빅 스텝이 아니라 앞선 예고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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