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과 5일 이틀간 영국의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다. 기관차기술자소방관연합노조(ASLEF)와 철도해상운수노조(RMT)의 지도부는 임금인상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소속 조합원들이 철도망을 제대로 멈추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ASLEF는 승객열차 회사, 화물열차 회사, 런던 지하철과 경철도 업체에서 일하는 조합원 2만1천명을 두고 있다. RMT는 운수산업을 중심으로 조합원 8만명을 두고 있다. 교섭이 실패로 끝나 파업이 이뤄지면 ASLEF가 조직된 12개 철도회사의 기관사들과 RMT가 조직된 14개 철도회사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조합원 4만명이 파업에 참가할 예정인 RMT는 파업 예고 성명에서 “대기업 이윤은 치솟는데, 정부와 사용자는 운수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무조건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이를 용인할 수 없는 운수노동자들은 10월1일부로 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재판정에서 변론 업무를 수행하는 공판변호사들(barristers)은 지난 5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이미 진행 중이다. 6월 말부터 부분파업을 해 온 형사변호사회(Criminal Bar Association) 소속 공판변호사들은 8월 말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에서 79.5%의 찬성률로 무기한 파업을 결정했다.

변호사를 살 수 없는 피고인에게 지원되는 ‘법무비(legal aid fee)’의 25% 인상을 요구하는 형사변호사회는 영국 정부가 제안한 15% 인상안을 거부했다. 영국에서는 매달 최소 7천건의 형사소송이 법정에서 다뤄진다. 공판변호사들의 파업으로 영국 사법체계가 마비될 위험에 처하자 사라 다인즈 법무부 장관은 변호사들의 무기한 파업이 “무책임하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영국의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이 줄지어 파업에 나서는 배경에는 올들어 심각해진 인플레이션이 자리잡고 있다. 영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잡아 왔지만, 올해 7월의 전년대비 물가상승률은 10.1%로, 6월에 예상된 9.4~9.8% 수준을 넘어 10%대에 진입했다. 40년 전인 198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2~2023년 단체교섭을 진행 중인 조합원 30만명의 간호사노조(Royal College of Nursing)도 다음달 6일부터 11월2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투표는 원래 이달 15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영국 여왕의 사망으로 한 달 가량 연기된 것이다. 파업 찬반투표는 선거전문기관인 Civica Election Services를 통해 이뤄진다.

간호사노조는 일선 간호사의 평균 연봉이 2008년에 비해 1만파운드 하락했다면서 물가상승률에 더해 5%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 문제가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는 파업이 이뤄지면, 2019년 북아일랜드 파업에 이어 잉글랜드·웨일즈·스코틀랜드에서 이뤄지는 첫 간호사 파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행(The Bank of England)은 다음달이면 물가상승률이 13.3%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올해 4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불경기에 진입하게 된다고 예측했다. 8월 물가상승률이 전월 10.1%에서 9.9%로 조금 떨어진 것을 이유로 블룸버그 통신은 10월 물가상승률을 10.5%로 영국은행보다 낮게 전망했다. 정부의 에너지 가격 개입으로 가파르게 치솟던 물가상승 추세가 조금 완화됐다는 이유에서다.

급속한 물가상승에 따른 생계비 상승은 영국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반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전기와 가스 등 연간 에너지 지출은 지난해 10월 1천400파운드(약 220만원)에서 올해 4월 2천파운드(약 310만원)로 올랐고, 오는 10월에는 3천358파운드(약 530만원)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철도·간호·법률 등 공공부문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이 확산하는 가운데 영국 정부는 파업시 파견노동자를 통한 대체근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노총(TUC)은 20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노동법 개악은 “노사분쟁을 악화시키고, 노동기본권인 파업권을 훼손하며, 공공의 안전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노총은 6일 정부의 노동법 개정을 ‘결사의 자유’ 협약 98호와 ‘단체교섭권’ 협약 89호 위반으로 규정하고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한 바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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