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환경노동위원회는 윤석열표 ‘노동 개혁’의 입법 전선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와 공정한 임금체계를 최우선 과제로 정해 손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모두 입법을 통해 바꿔야 할 사안이다.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등 노동관계법들이 한국 사회 노동환경을 바꿀 핵심 법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환노위 의원들은 노동개혁 입법의 방향을 좌우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웅래(65·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노웅래 의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연착륙”을 과제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금지하는 노조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 21대 국회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환노위에서 활동하게 됐다. 어떤 역할을 맡으셨는가.
“환노위는 중요한 상임위 중 하나다. 국가 발전이나 성장에 의제가 밀린 과거와 달리, 노동과 환경은 우리 삶 깊숙하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다. 플랫폼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형태, 태풍과 폭우로 확인한 기후위기는 미래 삶을 지키는 의제 중 가장 큰 의제다. 이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 아닌가. 기업 경쟁력이기도 하고 국가 경쟁력이기도 하다. 노동과 환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대안을 마련하겠다.

솔직하게 말해 환노위는 부담이 된다. 다뤄야 할 분야가 광범위하고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분야다. 환노위로 배정받으면 의원실 전체가 공부해야 한다. 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도 공부가 필요하다.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인기와는 별개로 중요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산업·노동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플랫폼 특고노동자가 등장하고, 지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많은 시대다.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게 하는 게 우리의 대표적인 과제 중에 하나다. 노동의제는 시대의 중심에 와 있다. 그래서 2순위로 환노위를 지망했다.”

“노란봉투법 반드시 통과해야”

- 환노위에서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 입법과제는.
“노조법 개정안, 즉 노란봉투법이다. 개별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노조탄압이다.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각 법안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이번에 개정돼야 한다.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를 아예 못 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은 불법행위로 인해 생기는 손해가 아니라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 전부를 손해배상하라고 청구하지 않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만 청구하는 게 맞고, 개별 노동자가 아닌 노조에,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기업별노조 체제고, 파업을 하는 경우 갈등을 빠르게 끝내기 위해 극단으로 흘러가면서,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아쉽다.”

- 의정활동에서 가장 무게를 두는 입법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연착륙이다. 현재 나온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자가 안전보건관리책임을 다하지 않은 근거가 나왔을 경우 경영자를 처벌하도록 하는데, 경영자 책임을 두고 기업과 노동자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지킨다면 경영자가 처벌받을 일은 없겠지만, 경영자가 책임을 다했다는 점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 연착륙에는 중대재해조사보고서 의무 공개가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은 중대재해 발생시 해당관청에서 조사하고 공개한다. 이를 통해 국민 알 권리 충족은 물론, 기업이 압박감을 느껴 사전예방에 노력하게 할 수도 있다.”

중대재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재해조사 보고서는 관할 고용노동지청의 근로감독관이 주체가 되고, 안전보건 분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 산업안전보건공단 전문가들이 조사해 정리한 ‘중대재해조사 의견서’에 사업장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규 위반사항을 넣어 ‘수사결과보고서’ 형태로 검찰에 보고한다. 다양한 층위에서 보고서가 만들어지지만 공개되지 않는다. 판결 이전에는 수사에 쓰이고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공개가 금지된다. 판결 이후에는 개별 기업의 정보가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노동안전단체는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데, 아예 법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겠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노웅래 의원실은 18일 <매일노동뉴스>에 재해조사보고서 공개를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52시간제와 노조 무력화 시도,
사회 반대로 가게 하는 것”

현재 정기국회는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서 코로나19 일상회복에 따른 정상화라는 이유로 일자리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5천981억원에서 1천974억원으로 4천7억원 삭감했다. 고용장려금은 1조4천282억원 줄였다. 실업소득 유지 및 지원 분야에서는 3천364억원을 줄였다.

-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나.
“실업을 유발하는 부분을 막아야 한다고 본다. 새 정권이 들어서 정책기조가 바뀌면 전 정권 지우기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좋은 사업임에도 없애려고 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노동자와 국민 보호 차원에서 지켜 내야 한다. 지금처럼 고용유지지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을 줄여버리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다 잃게 될 수 있다.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예산이) 실효적인 것은 연착륙이 중요하다.”

-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정책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지금 정부 원칙은 노동시간 유연화다. 그런데 이 유연화 원칙은 산업계의 의견을 편향적으로 법에 반영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틀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로 느껴진다. 노조와해 시도도 보인다. 노조가 있는 상태에서 노조를 흔드는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삼성과 같은 경우 노조를 인정하겠다고 해 놓고 실질적으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근로자대표와 협상을 해 버리지 않나. 사측이 그쪽으로 힘을 실어 주니 노조가 무력화하잖나.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회사 위주 노사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면 이 대립적 노사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 공약과 국정과제에는 서면합의 주체를 직무와 부서 수준으로 쪼개 직무·직군·직급별로 부문 근로자대표를 두는 내용이 있다. 유연근로제를 시행하기 위해 과반수노조나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해야 하는데, 부문별 근로자대표제를 둬 노조를 우회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양극화 해소 위해
어려운 것 알지만 임금체계 개편 손대야”

- 양극화가 수년째 한국 사회 문제로 거론된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있을까.
“양극화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로 풀이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호봉제인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본다. 민감한 문제인 줄 안다. 업무 양과 성과 계량이 쉽지 않은 것도 안다. 하지만 이미 호봉제와 성과에 따른 성과급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혼합해서 가는 걸로 안다. 성과 위주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노웅래 의원은 마지막으로 정부의 산업계 편향적인 측면을 우려하며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노사 어느 편을 들지 않고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정부입니다. 현 정권은 전 정권이 너무 노조 입장에 섰다고 보고 반대 쪽에 서려고 하는 것 같은데, 중립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아예 반대로 가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면 스스로 가진 문제의식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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