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션은 고객들의 입에서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쿠팡이 뉴욕증사에 상장하면서 제출한 보고서에 쓴 쿠팡의 미션이다. 사실 쿠팡을 써 본 사람들은 쿠팡의 편리함과 속도감에 감탄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쿠팡을 쓰면서 “어떻게 이렇게나 빠른 배송이 가능하지”라는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내가 주문한 그 순간부터 그 물건을 찾고, 포장하고, 배송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 “사람”이 없을 수 없다. 그 사람의 노동은 야간과 새벽 시간에 이뤄질 수밖에 없고, 나의 편리함은 누군가의 ‘노동’에 빚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민중의소리)는 “야간노동 기업”이자 “속도와 욕망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쿠팡에 대한 질문이다.

책의 프롤로그에 담긴 고 장덕준님의 부모님을 얼마 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스물일곱 살의 건장한 청년이 불과 1년4개월 만에 욕조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서 당일 사망할 거라는 생각을 어떤 부모가 했을까. 이 책은 쿠팡을 오랫동안 추적해 온 이들의 분석과 주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 희정 작가가 고 장덕준님이 과로사로 쓰러질 수밖에 없는 사연과 쿠팡의 노동 현실, 산재 신청의 그 고통스러웠던 과정과 아직도 끝나지 않는 싸움을 잘 기술하고 있다.

2장에서는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가 쿠팡의 민낯을 들여다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매우 많은 쿠팡의 산업재해 실태다.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의 산재사고는 2020년 982건이며, 지난해 1~9월 1천826건이었다. 지난해 산재는 최소 2천건 이상이며, 재해율은 3.7%다. 참고로 2021년 우리나라 전체 재해율은 0.63%로, 쿠팡은 5.8배 이상 높다. 쿠팡노동자는 대부분 일용직·계약직 노동자이기 때문에 산재신청 자체가 적었을 것이고, 실제 재해율은 보다 높을 것이다. 쿠팡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언론에 대한 억대 손해배상 소송도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다.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힘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몸담는 회사를 ‘비판’하고 ‘요구’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노동자들은 쓰려져 왔고, 쿠팡의 무관심과 비협조는 산재 승인의 큰 장애가 돼 왔다. 우리가 쿠팡의 총알배송에 무감각해진 익숙한 일상을 보낼 때, 고 박현경·고 노현정·고 최경애를 포함해 한 해 2천명의 노동자는 산재로 불행과 고통 속에 절망했고, 지금도 그렇다.

왜 우리는 2천여명의 노동자가 산재를 당하고, 그들의 야간노동에 빚진 사실을 알지 못하고 밤을 새워 주문하는가. 이에 대해 3장 ‘야간노동사회’에서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 정확히 분석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에 따른 시간빈곤이 일반화된 사회”라서 노동자들의 시간적인 여유도 고갈돼 가고, 저임금·불안정 노동으로 추가근로수당 지급이라는 자본의 야간노동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쿠팡의) 물류혁신을 추동한 알고리즘과 기술개발은 현재의 불안정한 노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동시에 그러한 노동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지워 냄으로써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한 해 5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과로사(뇌심혈관계 질환 사망)하고 있다. 대부분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이 주범이다. 쿠팡이 노동자의 야간노동에 빚지고 있는 토대 위에서 거대한 성장을 추진해 왔다면, 이것이 노동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험요인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4장 ‘과로사’에서 야간노동자 보호규제가 없는 한국 사회에서 과로사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현실, 제도적·법적인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강화와 과로사방지법 제정을 주장한다. 저자들이 수차례 지적했듯이 쿠팡노동자 사망의 주범은 UPH(Unit Per Hour : 시간당 생산량)이다. 완성자동차 공장에서 노동조합의 가장 큰 역할은 UPH 협상이다. 공정 단위에서 작업방법·자세 등이 세부적으로 구분되고 이것은 노동 강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완성차노조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개입,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쿠팡에서는 어떤 모습인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책 마지막 5장 ‘제언’에서 “야간노동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는 서비스연맹 이희종 정책실장·정하나 정책국장의 주장을 보고 처음엔 조금 의아했다. 프랑스가 노동법전으로 “예외적으로 야간노동을 허용하는 것”이 우리가 보기에는 비상식적일 수는 있어도, 노동자 건강권 이상의 중대한 가치는 없다. 근로기준법상 야간노동 금지와 더불어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야간노동을 규제해 보자는 제안을 숙고해야 한다. 속도와 욕망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어떤 노동이 적정한가”라는 질문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질문과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 사람의 시민, 더불어 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답할 의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쿠팡에 대한 이 책의 분석과 비판은, 실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참고로, 나는 지난해에 쿠팡을 해지했다. 쿠팡 없이도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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