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한스뵈클러재단 산하 경제사회연구소(WSI)가 지난 3월 발행한 ‘2021년 독일 단체교섭’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대체로 24개월이 넘었다. 지난 20년을 돌아볼 때, 단협 유효기간은 2001년 체결된 단협들이 평균 14.5개월로 가장 짧았다가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8년 맺은 단협들이 평균 26.5개월로 가장 길었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한 2020년 체결된 단협들에서는 유효기간 평균이 19.3개월로 급격히 줄었다가 2021년에 23.8개월로 다시 늘었다. 독일노총(DGB) 산하 노동조합들의 단협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노동조합들은 관행적으로 1년의 단협 유효기간을 요구해 왔으며, 지난 20년 동안 2년의 유효기간에 합의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DGB는 8개 산별노조를 가맹조직으로 두고 있으며, 8개 산별노조에 속한 조합원수는 600만명에 달한다. 유럽노동조합연구소(ETUI)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독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8% 안팎이지만, 단협 적용률은 62%에 달했다.

독일에서 단체교섭은 대개 임금교섭을 뜻한다. 독일 노동조합들은 2021년 단체교섭에서 임금 인상에 초점을 맞췄고, 4~6% 인상을 요구했다. 독일금속노조(IG Metall)가 관장하는 단체교섭의 임금인상 요구안을 살펴보면, 섬유의류(서독) 4.0%+월 최저 100유로, 철광금속(서북부와 동독) 4.0%, 금속전기 4.0%+고용보장, 폭스바겐 4.0%, 제지플라스틱가공 4.8%였다. 독일화학에너지광산노조(IG BCE)와 사무금융운수통신우편공공서비스노조(Verdi)가 관장하는 에너지부문(동독)의 노조 요구 인상률은 5.0%였으며, 독일건설노조(IG BAU)가 관장하는 건설업의 노조 요구 인상률은 5.3%였다.

4~5%에 달하는 임금인상 요구율에도 2021년 단체교섭에서 실제로 타결된 임금인상률은 평균 1.7%였다. 서독 지역은 1.6%, 동독 지역은 2.3%였다. 이는 2020년 단체교섭을 통한 임금인상률 2.0%(동독 3.3%, 서독 1.7%)보다 낮은 것으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노동조합의 교섭력 약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2021년 서독 지역의 임금과 비교할 때 동독 지역의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98.0%였다. 이는 20년 전인 2000년 91.3%와 비교할 때 크게 개선된 수치다. 이 비율은 2012년 97.0%를 돌파한 이래 느리지만 꾸준하게 상승해 왔다.

지난 20년 동안 단협을 통한 임금인상률 평균이 2% 밑으로 내려간 경우는 2005년(1.6%), 2006년(1.5%), 2010년(1.8%), 2021년(1.7%) 네 번이었다. 그리고 3% 이상이었던 경우는 2014년(3.1%)과 2018년(3.0%) 두 번에 불과했다. 단협을 통한 임금인상률 평균이 물가인상률과 생산성상승률을 합친 수치를 넘은 경우는 2002년(임금인상률 2.7% 대 물가인상률+생산성 상승율 2.2%), 2003년(2.5% 대 1.9%), 2008년(2.9% 대 2.6%), 2009년(2.6% 대 마이너스2.7%), 2012년(2.7% 대 2.6%), 2013년(2.7% 대 1.9%), 2014년(3.1% 대 2.0%), 2015년(2.7% 대 1.0%), 2016년(2.4% 대 1.9%), 2018년(3.0% 대 1.8%), 2019년(2.9% 대 1.8%), 2020년(2.0% 대 0.9%)으로 모두 12번에 달했다.

‘2021년 독일 단체교섭’ 보고서는 2021년도 단체교섭이 코로나 감염병 2년차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전개됐는데도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동원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인상률을 쟁취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즉 물가인상률이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한 올해 단체교섭에서는 물가인상률을 상회하는 공격적 요구안을 노동조합들이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참고로 경제사회연구소(WSI)를 운영하는 한스-뵈클러재단은 독일노총(DGB) 초대 위원장인 한스-뵈클러를 기념해 만들어졌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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