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종단의 전통이란 이유로 음력 초하루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대한불교 천태종 충무원장에게 성별을 이유로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음력 2월 초하루에 관광 목적으로 다양한 문화재를 보유한 한 사찰을 방문했으나 사찰 관계자가 당일은 남성만 입장 가능하다며 출입을 막았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천태종 총무원장은 “음력 정월 초하루와 2월 초하루에는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70여년 전 종단을 중창하고 사찰을 재건한 1대 종정 종파의 제일 높은 어른의 유지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창건 당시에는 현재와 달리 가부장적 관습이 많이 남아 있었고, 새해의 시작인 정월과 2월 초하루는 정(淨)한 날로 여겨 특별히 남성들만 기도에 정진했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하지만 “1대 종정의 뜻이기 때문에 전통으로 이어 가야 한다는 논리 이외에는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을 부정(不淨)한 존재로 봐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 남녀평등 이념을 실현하려는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는 조치로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관행이 종교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피진정인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인권위는 “특정일에 여성의 사찰 입장을 제한하는 행위는 종단의 본질적 가르침, 즉 종교적 교리라기보다 1대 종정의 유지, 즉 종파적 전통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종파적 전통에 근거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종교적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