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훈 기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전국민중행동·경실련·참여연대를 비롯한 66개 단체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 세 모녀와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정부가 취약계층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는 생활고로 16개월간 건강보험료를 체납했다. 정부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건강보험료 체납 이력으로 취약가구를 발굴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수원 세 모녀의 경우 2년 전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사하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실제 살고 있는 곳과 등록 주소지가 다르더라도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감축안처럼 공무원을 5% 줄이면 취약계층의 죽음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취약가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공무원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복지 서비스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복지제도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며 “비현실적인 재산 기준과 소득환산 방식 등 갖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보완하고 낮은 수준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가 부자 감세가 아닌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운동본부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결국 재벌·대기업·자산가·다주택자·고소득자 감세와 부의 쉬운 세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계급화를 고착시키는 안”이라며 “여력이 있는 재벌과 대기업·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 복지에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는 서민과 노동자들이 삶의 희망과 대안을 찾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불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먼저 살피는 게 아니라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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