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기구인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법정최저임금 제안에 스웨덴과 덴마크 같은 노르딕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의 협상가들은 지난 6월6일 고용계약을 체결하거나 고용관계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모든 회원국에 적용하는 데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르면, 회원국은 현행 최저임금이 자국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구매력·생산성 수준을 고려할 때 괜찮은 생활기준을 보장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EU 차원의 법정최저임금 도입을 두고 단체협약 적용률이 낮은 회원국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스웨덴과 덴마크처럼 단체협약 적용률이 대단히 높은 회원국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단협 적용률은 스웨덴이 88%, 덴마크가 80%다.

2020년 10월 유럽위원회는 모든 시민에게 괜찮은 생활수준을 보장하고 평등을 촉진하며 빈곤을 감소시킨다는 목적하에 최저임금의 적정성을 개선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지침’(Directive)을 발표한 바 있다. ‘지침’ 초안은 EU 행정부 격인 유럽위원회가 각국 전문가와의 협의를 거쳐 작성해 유럽의회에 제출된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지침’은 회원국이 그 내용을 집행할 때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하기 위해 대강의 내용만을 정하는 방식으로 입안된다. 만일 그 내용이 지나치게 자세해 회원국에 재량의 여지를 남길 수 없을 경우엔 ‘규정’(Regulation)의 형태로 입안된다.

최저임금 지침 초안을 발표하면서 유럽위원회는 법정최저임금을 회원국에 강제하지 않으며 임금 결정시 단체교섭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U 회원국 다수는 유럽위원회의 법정최저임금 지침에 찬성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과 덴마크 등 노르딕 국가에선 노사단체는 물론 정당까지 나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르딕 국가의 반발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이 유럽 차원의 법정최저임금 도입에 찬성한다는 이유로 스웨덴 제조업노총(LO)이 ETUC 가맹비 지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LO 지도부는 기관지 <노동>(Arbetet)을 통해 “우리를 죽이려는 사람에게 돈을 줄 수는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덴마크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는 마리안 빈트는 “스웨덴과 덴마크는 EU에서 같은 입장이지만, 스웨덴이 보다 타협적이라면 우리는 (최저임금)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노사단체가 작게 반대를 외친다면, 덴마크의 노사단체는 크게 반대를 외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북유럽 노사단체의 반발에도 EU 기관들은 최저임금 지침을 예정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12월 구속력 규정과 최저임금 보호 등을 폭넓게 규정한 지침안을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또한 회원국 장관들로 구성돼 EU의 입법기관이자 상원 역할을 하는 유럽이사회는 덴마크 같은 노르딕 국가들의 반발에도 최저임금 지침안을 지지했다.

노르딕 국가의 노동조합들이 유럽 차원의 최저임금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임금 결정이 정치인들의 투표로 이뤄져서는 안 되며, 사회적 파트너들의 교섭을 통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임금을 결정하게 되면, 임금이 오를 수도 있고 깎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될 수도 있다. EU는 임금 결정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 최저임금이 도입된다면, 룩셈부르크에 있는 EU법원이 노사의 임금합의에 대한 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EU가 최저임금을 무리하기 밀어붙이지 말고 노동조합을 튼튼하게 만들어 노동자 권리를 확산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EU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덴마크·핀란드·스웨덴·오스트리아·이탈리아·키프러스를 뺀 21개국이 법정최저임금을 갖고 있다. 2021년 월 최저임금 수준은 불가리아 332유로(44만원)에서 룩셈부르크 2202유로(294만원)까지 다양하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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