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기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두54852 판결

Ⅰ.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14년 8월20일 육군 39보병사단장과 사단 간부이발소 내에서 사단 간부 미용업무를 수행하는 내용의 근로계약(근로계약기간 2014년 8월20일부터 2015년 8월19일까지)을 체결하고,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근무하다 2016년 8월20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가 됐다. 한편 원고는 2018년 4월27일 육군 39보병사단에서 수익성이 악화돼 간부이발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유로 해고(해고일자 2018년 5월31일)를 통보받았고, 육군 39보병사단은 같은해 5월31일 사단 간부이발소를 폐쇄했다. 이에 원고는 2018년 6월15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했고,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를 복직시킬 구제이익이 소멸했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Ⅱ. 법원의 판시 내용

1. 원심의 판시 내용

원심은 육군 39보병사단의 간부이발소 사업 전체가 폐지됐다고 본 다음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원고의 이 사건 재심판정 취소청구를 인용했다.

2. 대법원의 판시 내용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 만료, 폐업 등의 사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해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소멸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① 근로기준법 28조 이하에서 정한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는 사용자의 징계권 내지 인사권의 행사로 인해 근로자에게 발생한 신분상·경제적 불이익에 대해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 방법보다 좀 더 신속·간이하고 경제적이며 탄력적인 권리구제 수단을 마련하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가 있다. 따라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라면 과거의 부당해고 등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을 목적으로 행정적 구제절차를 이용하는 것은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 본래의 보호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② 근로기준법 28조1항은 근로자에게 구제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다른 사유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더 이상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③ 근로기준법 30조1항, 33조, 111조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이 내려지면, 사용자는 이를 이행해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용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도 근로자의 구제이익을 인정해 사용자에게 공법상 의무의 부과 또는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행정법규 해석 원칙 등에 반할 우려가 있다.

④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의 구제명령을 받을 소의 이익이 유지된다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이미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까지 위와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⑤ 근로기준법 30조4항은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근로자에게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이고, 구제신청 당시 이미 근로계약관계가 소멸해 근로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에까지 구제이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Ⅲ. 검토 및 판결의 의의 : 근로기준법 30조4항의 적용범위를 축소

“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근로자가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을 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30조4항은 지난해 5월18일 신설됐다. 해당 법률이 신설되기 전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원직복직 대신 금전보상을 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기간의 종료, 정년, 사업장 폐업 등으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는 부당해고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각하 결정을 해 왔고, 법원 역시 근로자가 구제명령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아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해고기간에 받지 못한 임금을 받기 위한 필요가 있더라도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의 이익을 부정해 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인정된다며 종전의 태도를 변경했고 이러한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을 반영해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그런데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와 근로기준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 구제이익을 여전히 부정하고 있다. 엇갈린 대법원의 판단이 실무상 혼란을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려했는지, 대상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른 결론에 다다른 이유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기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 및 개정 근로기준법은 구제신청 당시에는 원직복직이 가능했으나, 구제절차를 진행하는 ‘도중’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당시’ 이미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시점을 구제신청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구제명령을 구할 이익의 존부를 달리 취급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일견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부당해고가 있던 날부터 약 2개월 뒤에 정년 도달, 기간 만료 등의 사실로 원직복직이 불가능해진 시점에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러한 경우 구제신청 ‘당시’ 원직복직이 불가능하지만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내리면 해당 근로자는 2개월가량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구제신청 ‘당시’ 원직복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제이익이나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면 해당 근로자는 구제받을 길이 없다. 이같이 근로기준법은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라고만 명시하고 있음에도, 본 법조문을 ‘구제신청 이후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로 제한해 해석한 대상판결의 태도가 ‘언제나’ 합리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더구나 구제이익을 이같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신속하고 간이한 권리‘구제’절차로서 특별히 마련된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스럽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판단은 아쉬움이 남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