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훈 기자

언론중재위원회가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쿠팡 본사 로비에서 대낮부터 술판을 벌였다는 기사를 보도한 한경닷컴에 대해 기사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직권조정결정을 내렸다.

언론중재위는 3일 오전 열린 조정기일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직권조정결정은 신청인의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신청취지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직권으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폭염대책 마련과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2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같은달 30일 한경닷컴은 ‘쿠팡 노조, 본사 점거하고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는 맥주캔처럼 보이는 캔음료를 마시고 있는 조합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첨부됐다. 사진에는 “쿠팡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들이 마스크를 벗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독자 제공”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이어 조선닷컴·인터넷 중앙일보·뉴스1·문화일보·세계비즈가 비슷한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기사에 나오는 캔은 맥주캔이 아니라 커피캔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효 지회 인천분회 부분회장의 지인이 경기도 김포의 한 카페에서 사서 농성장으로 가져다준 커피였다. 지회는 6개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정정보도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지회는 지난달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지회는 해당 기사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언론윤리 헌장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정기일에서 문화일보와 뉴스1·세계비즈는 정정보도문 게재에 합의했다. 중재부는 인터넷 중앙일보에 대해서는 기사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직권조정결정을 내렸다. 조선닷컴은 정정보도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조정이 불성립됐다. 노조측은 조선닷컴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언론중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경닷컴을 비롯한 6개 언론사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민경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보수언론들은 쿠팡 본사를 찾아간 노동자들을 술판이나 벌이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해당 보도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혐오를 키우고, 정당한 권리행사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상길 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활동을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언론에 책임을 묻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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