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7일 후반기 첫 회의를 열고 출발을 알렸다. 21대 후반기 환노위에는 양대 노총 출신 5명을 포함해 노동 문제에 밝은 의원들이 적지 않게 포진했다. 그만큼 현 정부 노동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환노위에 바라는 점을 들었다.

여당은 근기법 전면적용을, 야당은 노동개악 저지를
이지현 한국노총 미디어홍보본부장

▲ 이지현 한국노총 미디어홍보본부장
▲ 이지현 한국노총 미디어홍보본부장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노동자 확대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포함해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입니다.”

환노위 여당 간사를 맡은 임이자 의원이 지난해 한국노총 대선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현행 노동자는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 최저임금·주휴수당·퇴직금 등의 조항은 적용하고 있지만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등 근로시간 제한, 휴일수당 지급 의무, 연차휴가, 해고 제한에 대해선 예외를 두고 있다.

5명 미만 사업장에 소속된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약 20%에 달한다. 사업장의 노동자 수만을 기준으로 노동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일부러 회사를 쪼개 만든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이 횡행하고 있다.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관계법은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용자 보호법이 아니다. 누구보다 우선 보호해야 할 취약노동자 관련 법률이 만들어진 지 30년이 되도록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한 것은 여야 국회의원 모두의 책임이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도 2012년 국회 입법조사처도 모든 사업장 근기법 적용을 권고했다. 관련 논의가 10년 이상 이어졌다. 임이자 의원의 말대로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출범한 지 반 년도 안 된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동 관련 문제만 봐도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너뜨려 국민의 대부분인 노동자들을 다시 장시간 노동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법안을 추진하질 않나, 국민연금을 개악해 ‘쪽박’ 노후 추진 정부를 자처하질 않나,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임금은 올리지 말라면서 대기업 세금은 왕창 깎아 주질 않나.

야당이 할 일은 별거 없다. 이것만 잘 막아도 성공이다. 그런데 그러기엔 국민이 부여해 준 권력에 비해 역할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지 않은가?

여당이 폭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선, 그리고 야당이 다음 총선에서 지금의 의석수를 지키기 위해서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누가 뭐래도 노동자는 쪽수가 있다.

 

산업변화에 뒤처진 노동법제 보완 시급
나재원 한국경총 의정협력팀장

▲ 나재원 한국경총 의정협력팀장
▲ 나재원 한국경총 의정협력팀장

우리 경제는 물가·환율·금리가 동시에 상승하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수그러들던 코로나19 재확산 또한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따라서 민생과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환노위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크다.

이를 위해 후반기 환노위에서는 역동적인 경제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업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의정활동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산업환경의 변화에 뒤쳐져 있는 노동법제 보완이 시급하다. 우리가 봐 온 하나의 틀만으로 근로조건을 재단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변화의 큰 방향은 노사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다. 기간제·파견제도 개선을 통해 생산방식의 다양성을 도모하고, 지나치게 경직적인 노동시장의 활력도 높여야 한다. 유연근무제 확대, 고소득·전문직에 대한 이그젬션과 같은 근로시간 정책을 넘어, 사용자만 처벌하는 부당노동행위제도를 개선하는 등 사용자의 대항권도 보장해 줘야 한다.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재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노사관계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국회가 고민해야 한다.

갈수록 산업현장은 복잡·다변화되고 근로자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어, 국회가 나서 미래를 내다보는 노동법을 준비해야 한다. 여름이 지나면 후반기 국회 첫 국정감사도 시작된다. 지난 수년간의 경험과는 달리 이번 국감에서는 어떤 기업인들이 출석하는지가 이슈가 아니라, 제도와 정책을 되짚어 보는 고민의 장으로 변모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근로자·노동조합의 권한 강화에 상응해 기업활동의 권리와 자유 보장도 환노위에서 논의되기를 바란다.

 

위기에 노동자 지킬 과제 풀어야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3월 말, 경총이 인수위에 전달한 ‘신정부에 바라는 기업정책 제안서’가 거의 그대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으로 발표되고 있다.

상속세·법인세 인하, 근로시간 유연화, 직무·성과급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 최저임금 차등적용, 산업현장 불법행위 근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경총이 요구한 포괄적인 규제 완화, 고용경직성 완화도 이후 정부정책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기세등등하던 윤석열 정부는 무리한 친재벌 경제정책과 반민주적 통치행태, 내부 권력투쟁으로 집권 두 달 만에 국정동력을 상실했다. 지지율은 30%대 초반으로 내려앉았으며 반등의 계기는 별로 없어 보인다. 정부의 입법공세가 예상되던 하반기 정국은 정부의 반노동·반민중정책에 제동을 걸고 전임 정권이 미뤄 뒀던 개혁정책을 재추진할 수 있는 정세로 전환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제대로 회복하기도 전에 또다시 위기가 다가오고 있으며 미국에 포박된 한국 경제에 출로는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위기에 노동자·민중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시급한 과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첫째, 차별 없는 노동권 보장을 위해 5명 미만 사업장, 단시간 노동자에 대해 근기법을 전면적용해야 한다.

둘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과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확대되는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셋째, 정부의 무리한 개악시도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주 52시간 상한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중대재해처벌법 문제를 입법을 통해 명확하게 해야 한다.

넷째,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에서 제기된 과제인 근로조건에 실질적 결정 권한을 가진 원청의 교섭의무, 쟁의권을 무력화하는 손배·가압류에 대한 제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한, 임금체불 없는 노동현장 만들어라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감염병 재난과 물가폭등에 따른 민생 위기가 극심하다. 국회는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으로 현안 해법을 찾아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언급하며 사용자를 대변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막중한 책임이 요구된다.

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가기 위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노동과제는 산적하다. 먼저 산재 발생의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해 원안보다 후퇴한 채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수많은 산재와 재난사고가 반복하는 이유는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위험작업을 외주화하는 등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해 왔고, 기업에 산재·재난 책임을 묻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노동권 후퇴 발언을 하고, 경제단체장들과의 회담에서 규제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시행령 개정 의견서를 발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15년 만에 시민과 노동자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으로 어렵게 제정됐다. 국회는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고, 산재사망 1위 국가라는 오명을 하루빨리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부양가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행위다. 임금체불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의 내용은 담은 임금체불방지법이 통과돼야 한다. 우리나라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는 매년 40만명 이상이다. 임금체불액은 1조원대 후반일 정도로 고질적이고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은 2018년 기준 일본의 16배(취업자수를 감안하면 40배 이상)이고, OECD 국가 중 임금체불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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