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민 건설안전실무전문가협의회 회장(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건설안전부문은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업들은 전담 안전조직을 신설했으며,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을 높여 가고 기업마다 안전임원을 선임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수립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요즘 안전인력시장은 시쳇말로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할 수 있는 호황의 시기가 됐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건설안전부문의 안전실적은 투자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초 정부는 산업재해 사고를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고용노동부는 올해 사망사고 20% 감축을 위해 전 부처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청사진을 냈지만 현재까지 추세로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많은 투자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서 지난해 대비 10%가량 산재가 감소한 효과를 봤지만 막대한 비용투자 대비 효과는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중대재해 발생사고 비율은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중소규모 사업장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사망한 노동자는 828명으로 이 가운데 80.9%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50명(공사금액 50억원) 이상 현장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중소규모 사업장은 전혀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20억~50억원 미만 중소사업장의 경우 중대재해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26.7%가량 증가했다.

정부나 지자체들은 이 점을 간과하지 말고 50억원 미만 중소규모의 현장을 집중관리하고 지원해 줄 방안을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대기업 건설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본사 안전조직을 운영해 왔으며 관련 법규를 잘 이행했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잘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업장에 맞는 그들만의 안전관리 노하우도 가지고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도 안전관리에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전체적인 중대재해 비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모수가 적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대기업 중대재해를 더 줄이기보다 모수가 큰 중소규모의 사업장을 집중관리해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상향평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봤으면 한다. 물론 2024년 1월 이후 50명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돼 현재보다는 안전관리가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규모 사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이 현재 이행되고 있는 수준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수립하고 이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가 중소규모 현장의 안전관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확한 실태조사를 해 주시기를 바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중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명확하게 파악해 현실성 있고 실질적인 중소규모 현장만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별도로 수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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