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 2022. 6. 30. 선고 2017두76005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종합유통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전국에 약 119개의 롯데마트 점포를 운용하고 있다. 참가인은 원고 소속 근로자로 2011년 8월10일부터 생활문화매니저(발탁매니저)로 근무해 왔다. 참가인은 2015년 1년의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14조1항에 따른 육아휴직 종료 사유 발생으로 중간에 육아휴직을 종료하게 됐다. 이에 참가인이 근무복귀를 신청하자 원고는 대체근무자가 이미 이 사건 지점의 생활문화매니저로 인사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참가인을 식품담당 가공일상 파트 냉장냉동영업담당으로 인사발령했다.

한편 이 사건 사업장은 사원-대리-차장-부장의 직급체계를 갖추고, 지점의 조직체계는 행복사원(비정규직)-담당-파트장-매니저-점장으로 구성된다. 원고 회사의 발탁매니저 운영세칙에 따르면 매니저 직책은 과장 직급이상 직원만 담당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나, 인력수급 등의 사정에 따라 대리직급 직원도 임시로 매니저 직책을 맡을 수도 있도록 돼 있고, 발탁매니저는 업무추진비 월 15만원과 사택수당 5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업무의 내용과 권한에 있어 ‘매니저’의 경우 담당코너 전반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영업실적관리 및 개선, 담당사원(영업사원) 관리, 발주·입점·진열·판매·처분 등 매장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현장 모니터링 및 지원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담당’은 파트장과 매니저의 지휘·감독 아래 담당 코너의 제품 발주·입점·진열·판매·처분 업무를 담당한다. 또한 매니저는 파트장 이하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권이 있으나 영업담당은 인사평가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2. 관련 규정 및 대상판결의 요지

가. 관련규정

제19조(육아휴직) ① 사업주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모성을 보호하거나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한 자녀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양육하기 위하여 휴직(이하 “육아휴직”이라 한다)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육아휴직의 기간은 1년 이내로 한다.

③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또한 제2항의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한다.(이하생략)

나. 남녀고용평등법 19조3항의 ‘불리한 처우’

대상판결은 남녀고용평등법 19조3항에서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된다는 의미는 육아휴직 중 또는 육아휴직을 전후해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육아휴직으로 말미암아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전반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사업주는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게 육아휴직을 이유로 업무상 또는 경제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복귀 후 맡게 될 업무나 직무가 육아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짐에 따른 생경함·두려움 등으로 육아휴직 신청이나 종료 후 복귀 그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등의 문제가 없도록 해 근로자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사용함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 남녀고용평등법상의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

대상판결은 육아휴직 전 담당업무와 복귀 후 담당업무가 같은 업무라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내용 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해 온 업무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며, 휴직 전 담당업무와 복귀 후의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그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상판결은 참가인이 육아휴직 전 담당했던 생활문화매니저와 복귀 후 담당하게 된 ‘영업담당’은 구체적 업무의 내용이 상이하고, 인사고과권 등의 권한 유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 등 ‘같은 업무’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만약 휴직기간 중 발생한 조직체계나 근로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같은 업무에 복귀시키는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아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상판결은 사업주가 그와 같이 책무를 다했는지 여부는 1) 근로환경의 변화나 조직의 재편 등으로 인해 다른 직무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2)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지 3)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불이익이 있는지 여부 및 정도 4) 대체 직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되는지 여부 및 정도 5) 동등하거나 더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해 휴직 또는 복직 전에 사전 협의 기타 필요한 노력을 다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상판결은 원심이 단순히 육아휴직 전후의 임금 수준만을 비교한 것은 잘못이 있고, 육아휴직 전 담당했던 생활문화매니저 업무와 비교할 때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 업무의 성격·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의 불이익 유무 및 정도, 참가인에게 냉장냉동영업 담당의 직무를 부여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그로 인해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됐는지 여부, 원고가 참가인에게 동등하거나 더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해 휴직 또는 복직 이전에 협의 기타 필요한 노력을 다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사건 인사발령이 참가인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 직무를 부여한 것인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원고가 참가인을 육아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복귀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거나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가 복귀시 받는 임금이 휴직 전과 같은 수준이기만 하면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 19조4항에 따른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하에 이 사건 인사발령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3. 대상판결의 의미

앞서 원심은 참가인이 받게 된 불이익의 내용 중 ‘업무추진비 15만원은 실비변상적 성격이 강하고, 사택수당 5만원은 비연고수당의 선경을 가지고 있는 바, 그 합계 약 20만원은 참가인의 전체 임금을 기준으로 보면, 약 4.3% 정도인데, 이를 복직 전후의 업무내용, 이 사건 전직의 업무상 필요성, 이 사건 전직으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 참가인의 조기복직 신청 등의 사정과 함께 고려하면 같은 수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가 아니라고 볼 정도의 차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남녀고용평등법 3조의 육아휴직 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원칙은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엄격하게 해석할 것을 지적하고, 육아휴직 후 복귀시 인사상 불이익 판단 기준과 관련해 불이익 유무를 실질적 관점에서 살피고, 불이익의 내용을 생활상의 불이익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살펴야 함을 명확히 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가.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리한 처우 금지 조항을 엄격히 해석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 3조의 불리한 처우란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육아휴직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불이익 전반을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형식적으로는 종전과 같은 직급이나 같은 임금을 받더라도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줄어들었거나, 복리후생에 있어서 불이익이 발생하는 등 생활상의 이익이 박탈되는 경우 등도 모두 불리한 처우에 해당함을 분명히 했다. 특히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해당 조항의 취지에 대해 ‘복귀 후 맡게 될 업무나 직무가 육아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짐에 따른 생경함·두려움 등으로 육아휴직의 신청이나 종료 후 복귀 그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등의 문제가 없도록 해 근로자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사용’토록 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한 점이 눈에 띈다.

나. 육아휴직 후 복귀시 인사상 불이익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

이어 대상판결은 육아휴직 후 복귀시 인사상 불이익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으로 1) 근로환경의 변화나 조직의 재편 등으로 인해 다른 직무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 여부 및 정도 2)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지 3)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불이익이 있는지 여부 및 정도 4) 대체 직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되는지 여부 및 정도 5) 동등하거나 더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해 휴직 또는 복직 전에 사전 협의 기타 필요한 노력을 다했는지 여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꺼리는 이유가 복귀 후의 암묵적인 업무제외·한직 발령·승진 배제 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불이익의 유무를 실질적인 관점에서 살피고, 불이익의 내용을 생활상의 불이익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육아휴직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를 더욱 두텁게 한 고무적인 판결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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