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흥규 공인노무사(스마트법률사무소)

근로기준법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마련돼 시행된 지 지난 16일로 3년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접수된 직장내 괴롭힘 신고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7월16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총 1만8천906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대부분 ‘취하’(7천460건)하거나 ‘법 위반 사항 없음’(5천064건) 또는 ‘조사 불능 및 근로기준법 미적용’(8천347건)으로 사건을 종료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직장내 갑질 문화 근절을 위해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들게 한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노동부의 직장내 괴롭힘 신고사건 결과 분석을 토대로 왜 직장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지, 그렇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효과적으로 지금의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안내하고자 한다.

최근 직장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직장 내에서도 법 준수에 대한 요구와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피해 노동자들이 직장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하는 문화는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받는 피해 노동자의 수는 극히 적은 것일까?

그 이유는 직장내 괴롭힘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괴롭힘 유형으로는 폭언(34.6%)·부당인사(14.6%)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행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녹취자료 또는 메신저 내역 등이 필요한데, 이를 피해 노동자 개인이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본인 진술에만 의존해 진정을 제기하게 되고, 근로감독관과의 면담 과정에서 증거가 없다는 사실에 좌절해 조사 과정에서 불출석하거나 진술에 불응해 종결처리 되거나 진정을 취하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굳은 결심으로 절차 끝까지 인내한다 하더라도 결국 법위반 사항이 없다는 결정을 받기 일쑤다.

그렇다면 피해 노동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직장내 괴롭힘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지금 당장부터라도 괴롭힘 행위에 대한 녹취자료 등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과거의 괴롭힘 행위에 대해서는 동료 노동자들을 통해 사실확인서 및 진술서 등의 협조를 받는 등 간접적인 증거를 확보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진정 이유로 제출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피해 노동자가 원래의 근무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원상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진정을 제기하는 단계에서부터 진정의 취지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징계·분리조치·유급휴가 등 진정을 통해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

직장내 괴롭힘 진정 과정은 피해 노동자에게 고난의 길이다. 대다수의 피해 노동자들은 진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직장내 괴롭힘 근절이라는 법의 취지 달성과 더불어 노동자의 건강 회복을 위해서는 노동자 지원프로그램, 직업트라우마센터에서의 심층 심리상담 등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직장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효과적인 작동을 위해 피해 노동자는 자신을 향한 괴롭힘 행위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관서에서는 진정을 제기하는 피해 노동자의 건강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안내하고 관리해야 한다. 나아가 직장에서는 직장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하는 피해 노동자를 가해자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직장내 괴롭힘 진정에 따른 조사 과정을 직장내 분위기 쇄신 및 올바른 직장 문화 정착의 기회로 삼아 능동적으로 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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