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2일 삼성전자서비스 해고 노동자인 고 정우형(5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2015년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해고된 뒤 복직투쟁을 해 오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동료와 가족은 고인이 노조파괴 희생자라며 삼성의 공개사과, 배상, 고인을 포함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연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편집자주>
 

▲ 안양근 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위원장
▲ 안양근 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위원장

제가 봤던 정우형 동지는 싸움꾼이었습니다. 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도 모르는 2013년 설립 신생노조 조합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언제나 빨간 배낭을 메고서 집회 대오의 맨 앞에서 사측 경비, 경찰들과 대치했습니다. 그때는 싸움하는 말썽꾼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행동이 대오를 사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2013년 10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최종범 열사 투쟁과 2014년 5월 염호석 열사 투쟁 때도 선봉에서 투쟁한 동지였습니다. 정우형 동지는 2015년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과 그에 발맞춰 쉬운 해고를 감행하려고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던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 맞서 싸웠습니다. 당시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가 다행히 동지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은 구했습니다. 동지는 퇴원 후에도 취업규칙 변경을 시도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약속을 하라고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삼성 ‘노조파괴 공작’에 맞서 싸웠으나 결국 해고됐습니다.

그는 삼성에 의해 해고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로 소식만을 전하던 전국의 해고자 동지들을 2018년 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로 결집시켜 복직 투쟁을 함께해 왔습니다.

2020년 9월에는 삼성전자서비스 서울 동대문센터에서 해복투 전국 순회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순회투쟁 중 삼성피해자대책위 삼성생명 암보험 피해자들과 지역본부 앞에서 집회를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8월2일부터 같은달 25일까지 해복투 전국 도보투쟁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통영센터를 출발해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 앞에 도착해 이재용 부회장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올해 5월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이틀 뒤 정우형 동지는 열사가 됐습니다. 해복투와 유족은 5월13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렸습니다. 같은달 17일 서초구 삼성전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동지들의 도움을 받아 분향소도 설치했습니다.

유족인 열사부인과 해복투 동지 둘이서 빈소를 지키며 금속노조와 삼성서비스지회·민주노총·산별연맹·사회단체·종교단체 등을 찾아다니고 연락하며 지지와 연대를 요청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동지들의 지지와 연대로, 그리고 보건의료노조의 큰 도움으로 장례식장 빈소와 분향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시작 후 첫 열사 투쟁이고, 대자본 삼성과의 투쟁입니다. 친자본 정권에서 삼성 자본에 맞서 항거한 열사 투쟁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해복투 동지들에게 열사가 마지막 남긴 유서는 “투쟁, 결사투쟁” 딱 여섯 글자입니다. 이제 남은 우리가 열사의 염원을 받들어 제대로 투쟁을 이어 갈 것을 약속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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