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지회장 차헌호)가 13일 오전 근로에 관한 소송 항소심 선고 직후 대구고법 앞에서 직접고용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이 하청업체 해고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항소심 재판부가 재차 판결했다. 지난해 형사사건에서 불법파견 혐의가 인정된 데 이어 민사소송에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외형상 사내도급, 실질은 파견 제공”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손병원 부장판사)는 13일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2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9년 8월 1심 선고 이후 2년 만의 항소심 결론이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판단하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사용관계 기준으로 보면 피고(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는 원고들(하청 해고노동자)에게 통제·지휘 결정권을 행사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주문했다.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업체 지티에스 노동자 178명은 2015년 5월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원청인 에지씨화인테크노한국은 지티에스와 도급계약이 6개월여 남았는데도 계약을 해지했고, 노동자들은 문자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이때부터 기나긴 복직 투쟁이 시작됐다. 해고 노동자들은 2017년 7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원청은 노동부의 직접고용 행정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17억8천만원의 과태료 처분도 불응했다. 그사이 해고자 178명 중 23명만 지회에 남았다.

1심은 4년여 심리 끝에 2019년 8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원청은 지티에스가 유리세척과 절단공정 등의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는 요소가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원청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파견관계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른 허용업무가 아닌 제조업에 불법파견을 사용했으므로 원청이 파견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원·하청 간 계약은 외형상 사내도급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노동자 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해고자측 “현장검증에서 확인, 당연한 판결”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하자 해고자들은 환영했다. 소송 당사자인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은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라며 “아사히글라스가 온갖 특혜를 받으면서 국내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이다. 법원 판결조차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는 선고 직후 대구고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현장검증을 여러 차례 실시하면서 확인된 내용이 승소로 귀결됐다”며 “제조업 사내하청에서 위장도급의 고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법원이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청인 아사히글라스의 하라노 타케시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파견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불법파견을 항의한 해고노동자들도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고됐다. 차 지회장은 불법집회를 열고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해 회사 앞 도로에 글자를 새긴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7일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간부와 조합원 4명은 각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위법행위를 더 엄중하게 판단했다”며 법원을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