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진희 서울청년진보당 부대표

한국 조선업계가 4년 만에 세계 1위 타이틀을 회복했다.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 중 48%에 해당하는 120만CGT(20척)를 우리나라가 수주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34%에 해당하는 84만CGT를, 일본은 17%인 42만CGT를 수주했다. 수주 호황에 대한 위험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 ‘심각한 인력난’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7년 사이 현장인력이 50% 넘게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없어 배를 만들 수 없다면서 인력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 쏟아진다. 숙련 노동이 절실한 조선업계의 인력난과 관련한 기사가 쏟아질 때,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숙련 인력 모시기’가 아니라 ‘노동자 죽이기’다.

며칠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배를 만드는 하청노동자가 작은 철창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둔 사진이었다. 그의 손에는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생지옥 대우조선해양!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피켓이 들려 있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20여일째 사활을 건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파업 중인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는 주요 공정은 도장과 발판이다. 사고가 났다 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현장에서 도장과 발판은 조선소에서 가장 힘든 일에 속한다. 필수적인 일인데도 정규직은 없고 100% 가까이가 하청노동자로 고용된다. 2014년 세계 조선경기 하락 등으로 침체기를 맞으면서, 2015~2020년 조선업 불황기에 하청노동자 7만6천명이 해고됐다. 살아남은 노동자는 임금이 30%나 깎여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일해 왔다.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200명이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하고 있다”고 관련 기사들은 전한다. 그것도 주요 뉴스 헤드라인에선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임금 30% 인상’이라 말하는 것도 들여다보면 하청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임금인상은 조선업 불황기에 빼앗긴 임금을 ‘원상회복’해 달라는 것이다. 원상회복을 해도 7년 전에 받은 임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불황기에 깎았던 임금을 돌려놓으라는 하청노동자의 요구가 상식적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 기성금 고작 3% 인상을 말하고, 21개 사내하청업체들은 기성금 인상을 넘는 임금인상은 불가능하다면서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진압’하고, 노조를 “박멸”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규직 관리자를 동원해 파업노동자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하고, 하청업체 대표들은 윤석열 정부에게 ‘경찰력 투입’까지 호소하고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비겁하게 하청업체 뒤에 숨어 폭력을 사주하거나 방관하고 있다. 그러니 조선업의 위험요소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달 22일에 7명의 결사대가 유언장을 작성하고 스스로를 가두면서 목숨을 담보로 투쟁에 나섰다. 한 명의 노동자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세계에 자랑하는 자신의 용접기술로 작은 철창 감옥을 만들었다. 신나를 들고 스스로를 1제곱미터 안에 가뒀고, 6명의 동지는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스스로를 가두면서 “조선소에서 법은 형식일 뿐 산업안전·임금·노동조합 활동 등에 있어서 불법을 자행하는 게 다반사다. 하루하루 일을 안 하면 생계비를 걱정해야 하는 하청노동자의 입장에서 스스로 감옥에 갇힌 것”이라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생지옥 대우조선해양!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는 외침이, 수많은 생지옥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이 야만을 끝내야 노동자가 살고, 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수많은 우리가 함께 손을 붙잡고, 단결이 더 큰 단결을 만들어 내도록 함께 싸우자.

서울청년진보당 부대표 (say_jin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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