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상철 국제구명구급협회 한국본부 회장(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국내 급성심정지 발생률은 2008년 인구 10만명당 44.3명에서 2020년 인구 10만명당 61.6명으로 증가했다. 고령화와 뇌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복잡한 사회현상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때문으로 보인다. 심장정지 발생률이 증가하면서 심폐소생술과 자동 심장충격기(AED)를 이용한 응급처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급성심정지 환자가 목숨을 구하고, 생존 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4분 내에 소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AED와 심폐소생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다. 특히 심폐소생술만 했을 때 환자 생존율은 2배인데 AED를 사용하면 생존율을 약 3배 높일 수 있다. 신속하고 간단하게 응급처치를 수행할 수 있는 AED 설치와 관리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2020년에 경기도에서 실시한 ‘AED 관리실태 특정감사 보고서’를 보면 AED 의무 설치 대상시설은 기기를 모두 설치했다. 문제는 법령 등에 의무 설치 대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공동주택의 경우 한 대만 설치해도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 세대수나 단지 간격이 넓은 곳은 실제 응급상황 발생시 적절한 대응이 곤란하다.

감사에서 479곳, 2천132대를 점검한 결과 154곳, 763대에서 배터리와 패드 유효기한이 경과하거나 패드가 훼손돼 설치됐다. 세 곳 중 한 곳의 AED는 응급상황에서 무용지물 상태라는 뜻이다. 시·군·구 보건소에서 매년 1회 이상 의무설치기관에 대한 설치현황 파악 및 관리실태 점검 등을 해야 하지만 지도·점검은 소홀했다.

보건복지부 ‘AED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AED를 설치할 때는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고, 매월 1일을 AED 정기점검의 날로 지정해 정기점검을 시행해야 한다. 항상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지만, 점검과 관리책임자 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관리지침은 관리책임자가 AED 관리대장을 작성하고 비치해 관계기관 점검시 열람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규정했으나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

급성심정지 환자 발생시 효과적인 AED 사용을 위해서는 관리책임자가 보건복지부 지침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숙지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의 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관리책임자 인사이동시 인수인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AED는 위급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해야 한다. 관리책임자들도 패드나 배터리 관리법과 사용법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AED가 1대만 비치한 경우가 90% 이상이고, 설치장소는 대부분 관리사무실로 업무종료 이후에는 사용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 상시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해 비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 등 다수가 이용하는 곳에 AED 설치장소를 안내하는 표지판 설치를 권고한다.

의무설치기관 이외에도 AED를 보유하고도 해당 지역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관공서의 관리·감독을 받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자율적으로 AED를 설치한 곳도 보건소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응급의료포털(E-Gen)에 등록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50조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매년 한 번 이상 AED 등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응급장비의 구비현황과 관리실태를 점검해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책임 소재를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AED 사용법을 몰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민간전문강사진을 활용한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상설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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