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고용노동정책 1순위는 노동시장 유연성 높이기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관계법으로 규제하는 노동시간·해고·파견사용 제한 등을 완화해 기업이 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다.

한국경총이 200개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고용노동정책’을 조사해 9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응답 기업 44.7%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꼽았다. 이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노동법제 선진화’(16.6%), ‘협력적 노사문화 확산 지원’(14.6%), ‘안전한 일터 조성’(13.0%),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산업현장 법치주의 확립’(11.1%)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중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답변만을 따로 살펴봤더니 전체 답변과 순위가 다소 달랐다. 엄정한 법 집행을 꼽은 경우가 38.9%로 가장 많았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물었더니 근로시간 유연성(39.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최저임금제도 합리적 개선(20.8%), 해고제도 개선 등 고용경직성 완화(15.9%),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14.5%), 파견·기간제 사용 관련 규제 완화(9.2%)로 조사됐다.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을 물은 결과 ‘연장근로 산정기준 변경’(31.5%)이 가장 많았다. 현재 주 단위로 연장근로 기준을 따지는 방식에서 월·연 단위로 늘리자는 의미다. 이렇게 하면 노동자에게 집중노동을 시키고도 연장근로수당을 적게 지급할 수 있다. 이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정산기간을 1년으로 확대’(31.0%), ‘특별연장근로 사유 확대’(29.5%) 순으로 나왔다.

고용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는 ‘경영상 해고 요건 완화’(40.0%)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규정을 명확하게 정하거나(25.5%) 근로계약 변경해지제도를 도입하자(21.0%)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근로계약 변경해지제도는 사용자가 근로조건 변경을 신청할 때 노동자를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근로계약을 종료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로는 ‘쟁의행위시 대체근로 허용’(22.4%)이 가장 많았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 확보(22.1%)라는 답변이 근소한 차이로 2순위였다. 기업이 회계 투명성 문제를 노조 압박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이 시급하다”며 “첫걸음은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불법에 대한 엄정 대응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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