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의 구조적인 성차별이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여성 취업자는 외환위기 당시 수준과 유사했고, 육아 때문에 노동시장을 이탈한 뒤 가사노동 부담으로 다시 진입하지 못하는 30·40 여성이 많았다.

한국경총은 25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최근 여성고용 동향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펴내고 이같이 밝혔다. 경총은 여성고용 정책 우선순위를 노동시장 이탈 방지에서 이탈 후 재진입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고용률 ‘글로벌 스탠더드’ 못 미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은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강화했다. 여성 실업자는 2020년 기준 48만4천명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48만6천명과 유사하게 증가했다. 2018년 44만3천명보다 4만3천명 증가했다. 그러나 남성 실업자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8년 63만명으로 외환위기(100만5천명) 이후 가장 높다가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되레 감소했다. 2020년 기준 62만4천명으로 6천명 감소했다.

여성 고용률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했다. 2000년 이후 여성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고용률을 매년 하회했다. 2020년 기준 OECD 평균 여성 고용률은 59%지만, 우리나라는 56.7%로 낮았다. 미국(62.2%), 일본(70.6%), 독일(73.2%), 캐나다(66.8%), 호주(68.6%)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경총은 또 최근 5년간 여성고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여성 구직단념자가 증가하고 있고 장기 비경제활동인구의 70%가 여성이었다고 지적했다. 여성 노동력의 유휴 인력화 현상이 지속한다는 얘기다. 구직단념자는 최근 4주간 적당한 일자리가 없거나, 구직을 시도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했거나, 교육·기술·경험이 부족해 취업하지 못한 이를 일컫는 용어다. 최근 5년간 여성 구직단념자 연평균 증가율은 9.1%로, 남성 구직단념자 5.4%의 약 2배다.

경총 “30대 여성 육아로 이탈해 가사로 고착화”

여성 구직단념자의 비구직 사유는 일자리 부족이 가장 많았다. 비구직 사유별 응답 비중을 보면 2017년 이후 2018년을 제외한 4년 동안 줄곧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017년 30.3%·2019년 30.4%·2020년 35%·2021년 36.7%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일자리가 없었다는 응답이 더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은 28.2%로 차순위를 차지했다.

1년 이상 장기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한 여성도 많았다. 2021년 기준 1년 이상 장기 비경제활동인구의 70.5%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1년 이상 장기 비경제활동인구 규모는 2017년 606만4천명(72.9%), 2018년 608만5천명(72.4%), 2019년 609만3천명(71.6%), 2020년 613만4천명(70.9%), 2021년 629만3천명(70.5%)이다.

세대별로 보면 여성 1년 이상 장기 비경활인구 가운데 30·40세대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 매년 90%를 상회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93.2%·92.5%·92.1%·91.2%·90.8%다. 30대 여성 가운데 1년 이상 장기 비경활인구는 주된 활동으로 육아를, 40대는 가사를 꼽았다. 경총은 “30대에 육아를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인력이 거의 그대로 40대에 가사를 이유로 비경제활동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구조적인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타파하기 위해 경총은 우선 노동시장 이탈 후 재진입으로 정책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집과 채용, 임금과 정년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여성고용 비율 확대를 위한 고용개선 조치 같은 기회보장과 평등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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