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원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범로)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33715 판결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근로자는 사용자인 한화생명보험회사와 2010년 7월5일 보험설계사 위촉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에게 2014년 5월29일 사업가형 지점장 신분을 부여하는 추가 업무 위탁계약을 맺었다.

이후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가 이 사건 사용자의 명예의 훼손 등 계약서의 준수사항 및 회사의 규정 위반으로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는 취지의 사유를 들어 2018년 4월1일 보험설계사 위촉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했다.

이에 이 사건 근로자는 2018년 5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사용자가 2018년 9월 해당 초심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재심에서 ‘이 사건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사용자의 추가업무 위탁계약 해지는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2. 이 사건의 쟁점과 법원의 판단

이 사건 근로자가 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계약형 지점장으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이 사건 대상판결을 통해 이 사건 근로자는 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보험회사의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경우도 그 계약형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 사건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판시했다. 그 구체적 판단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한화생명보험 주식회사)과 사이에 지점 운영에 관한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담당 지점의 운영·관리를 총괄하면서 보험설계사 교육 및 관리, 보험모집 지원 업무 등을 수행했는 바, 보험회사의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경우도 그 계약형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보건대,

② 피고보조참가인은 지역단장을 통해 그 소속의 지점장들을 관리·감독했는데 지역단장이 정규직 지점장과 위탁계약형 지점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다른 방식으로 했던 것으로 볼 만한 자료가 없고,

③ 오히려 지역단장이 위탁계약형 지점장에게도 실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관해 일일보고, 현장활동보고를 지시하는 등 피고보조참가인이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점,

④ 위탁계약형 지점장의 실제 업무시간은 정규직 지점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원고가 피고보조참가인이 제공한 지점 사무실에서 지점 운영 업무를 하면서 현장활동이나 휴가일정 등을 지역단에 보고한 점

⑤ 등에 비춰 보면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구속받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지점 사무실과 비품, 지점 운영비용은 모두 피고보조참가인이 제공했고 위탁계약형 지점장이 그와 별개로 사무실 운영비용 등을 투입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보조참가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3. 본 판결의 의의

이 사건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대법 선고 2004다29736판결의 핵심사항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적 법리를 다시 한번 명확하게 설시한 판례에 해당한다.

기존 보험회사의 사업가형 지점장의 경우 우리 법원은 서울고법 선고 2008나7804 판결, 서울고법 선고 2020나2002142 판결 등을 통해 사업가형 지점장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일반적인 민법상의 위임계약에 있어서도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써 위임 사무를 처리해야 하고, 사무 처리에 관해 위임인의 지시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위촉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영업목표를 제시하거나 영업방침을 제시한 것이 민법상 위임계약의 본지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해 사업가형 지점장을 민법상 위임의 법리로만 좁게 해석해 왔음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업가형 지점장에 대한 기존 하급심 판결은 민법상 위임계약 법리에 치중해 사실관계를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 바, 해당 상기 하급심 판결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에 대한 지휘·감독 여부를 단순한 위임계약에 따른 사무관리의 감독 등으로 좁게 해석하고 있다.

즉, 보험설계사의 사업가형 지점장 및 이와 유사한 보험설계사 외 위탁형 지점장들(이하‘위촉계약자’)에 대해 노동위원회의 판정 및 법원 판결의 기본 법리는 민법 680조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및 위임계약에 따른 수임인의 선관의무로서 민법 681조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민법 683조 “수임인은 위임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보고하고 위임이 종료한 때에는 지체없이 그 전말을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과 이에 대한 판례법리를 토대로 판정 및 판결을 함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민법의 위임계약 법리 및 해당 위임계약 판례에 대한 법리의 적용으로서 노동위원회 및 법원은 위촉계약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사용자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민법 680조에 의한 위임계약이 체결됐는지 여부에 대해 위임계약의 성립요건을 먼저 판단했다. 이어 위임계약이 체결되었을 경우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위임인의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수임인이 위임인의 지휘·감독을 받았다 할지라도, 이는 민법 683조 수임인의 보고의무 및 이에 대한 위임인의 수임인에 대한 위임사무 감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통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정·판결을 하고 있다.

이에 이 사건 대상판결은 사업가형 지점장이라는 형식적 신분에도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휘·감독의 사실관계 여부 존재에 초점을 맞춘 판결로서, 다시 한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판단기준에 대한 명확한 판례법리를 설시한 판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핵심 판단 기준인 ‘종속적인 관계 여부’를 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즉, 위촉계약자들에 대해 민법상 위임계약에 따른 감독의 여부를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볼 수 있을 경우 이는 위촉계약이라는 형식상 명칭에도 실질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봐 해당 위촉계약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이 사건 대상판결은 판시한다.

대상판결 중 법리적으로 유의 깊은 점은 해당 대상판결의 판결 내용 또한 자율적으로 이 사건 근로자가 이 사건 사용자인 보험사의 지점장으로서 업무의 수행을 할 필요가 있음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에 불과할 뿐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한 이 사건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음은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대한 일일보고의 사실 등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사건의 해당 사안은 민법상 위임계약에 따른 보고의무 등이 아닌, 이 사건 사실관계에 비춰 볼 때 상당한 지휘·감독의 일환으로 이뤄진 이 사건 사용자와 근로자의 행위로서 이 사건 근로자와 이 사건 사용자 간의 사용종속관계가 존재하는 사안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본디 서울지노위에서 명확한 판정을 받았는데도 중노위의 석연치 않은 초심취소라는 재심판정으로 인해 오랜 시간 근로자가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던 사건이다.

더욱이 노동 사건의 경우 행정법원에서 중노위의 판정에 관한 법리를 그대로 유추적용해 버리는 관행도 존재하는 바, 이 사건 초심 서울지노위의 판정과 이 사건 대상판결인 대법원의 판결은 사실관계에 대한 판례법리의 적용의 양태와 해석이 동일하기에 초심을 취소한 중노위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이 사건 대상판결의 판시내용은 다시 한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형식이 아닌 실질’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법리를 재확인하고, 사업가형 지점장 및 이와 유사한 위촉계약자로서 수임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까지 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사건 대상판결을 통해 위탁계약사업자라는 명칭에도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던 근로자들에 대해 이 사건과 유사한 사실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기존 노동위원회 및 법원에서 민법상 위임 법리를 적용함을 원칙으로 하던 관행 또한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 보여진다. 이 사건 대상판결로 인해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유사하게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지점장들에게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이를 통한 근로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됐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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