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연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최근 제주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면서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지난 1월 개설허가취소처분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데 이어 지난달 5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조건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해당 판결이 확정될 경우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을 진료하는 영리병원이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녹지국제병원 승소 판결의 의미와 국내 의료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는 “외국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가 허용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고가진료 시장과 보험급여 시장으로 의료서비스 시장이 이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고가 의료시장이 형성될 경제적 가능성이 보이면 다수의 외국의료기관이 경제특구로 진출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전면적인 비급여 시장 개방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영리병원 허용은 국내의료기관에 대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보험수가제를 전제로 한 전 국민 의료보장시스템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리병원이 의료민영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한국은 공공병원 비중이 약 5%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비 폭등과 지역병원 폐쇄, 건강보험 재정 고갈 등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우 대표는 영리병원 설립을 막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설립 근거규정을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의료민영화 반대를 넘어 시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료공공성 확대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며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는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민에게 알리는 사업을 전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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