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익 <노동자 연대> 기자

〈매일노동뉴스〉 4월18일자 ‘어느 쪽 줄에도 서지 마라’는 제목의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칼럼을 읽고 일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이 “미·서구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 사이의 패권쟁탈전”이라고 규정하며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없고 그 두 쪽을 모두 비판해야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저 또한 김승호 대표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다만 김 대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노동자연대의 주장을 오해한 듯합니다. 김승호 대표는 “노동자연대가 서구와 러시아 두 제국주의 가운데 러시아가 더 나쁜 제국주의라고 규정했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노동자연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는 강대국들 중 어느 한쪽이 더 나쁘다고 주장한 바가 전혀 없습니다. 노동자연대는 전쟁이 발발한 날인 2월24일에 신문 〈노동자 연대>를 통해 다음 같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wspaper.org/article/27410).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경쟁에서 비롯했다. 그리고 평범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서방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 양측 모두의 장기말이 되고 있다.”

“서방과 친서방 국가들에 있는 사회주의자들의 주된 임무는 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를 건설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전쟁으로 몰아넣는 제국주의 경쟁 체제에 맞선 더 광범한 투쟁의 일환으로서 말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리언 패네타는 이번 전쟁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솔직히 말했습니다. “우리가 뭐라고 하든 이 전쟁은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리전이다.”

김승호 대표도 지적했듯이, 미국·서방 제국주의가 러시아 제국주의에 견줘 더 “진보적”일 리 없습니다. 당장 미국이 점령했던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의 참상이 이를 입증합니다. 미국·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경쟁에서 우리가 어느 편 줄에 서야 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자연대는 우크라이나를 놓고 싸우는 제국주의 강대국들 모두에 반대하고, 특히 “주적은 국내에 있다”는 기치를 내걸고 서방과 한국 정부의 대러시아 제재와 군수물자 지원에 반대해 왔습니다. 또한 3월6일에는 서울 종로에서 러시아의 침공과 서방·한국 정부의 제재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김승호 대표는 칼럼에서 “노동자연대는 코소보 전쟁이나 리비아 전쟁 당시에도 인도주의나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미 제국주의 편을 든 바 있다”고 썼습니다. 이 또한 오해입니다.

노동자연대는 2011년 카다피 정권에 맞선 리비아 민중의 혁명을 지지했지만, 리비아 민중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나토의 군사 개입에는 분명히 반대했습니다. 당시 나토의 폭격은 리비아 혁명을 좌초시킬 침략 전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자연대는 리비아 폭격을 중단하라고 주장했습니다(wspaper.org/article/9456).

서방 강대국의 개입은 중동 문제의 일부이지 그 해결책이 아닙니다. 노동자연대는 서방의 “인도주의적 개입”을 지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인도주의” “보호책임” 등을 명분으로 한 군사 개입은 결국 자신들의 패권을 위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인종청소’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나토의 진정한 의도는 발칸반도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99년 코소보 전쟁 때도 “인도주의적 개입”을 명분으로 내세운 나토의 세르비아 폭격(전쟁)에 분명하게 반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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