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해고통보를 받은 비정규 노동자가 길에 섰다. 재판만 10년째, 해고는 3번째, 이게 법이냐고 종이에 적어 물었다. 이미 아득한 시간을 견뎠다. 온갖 회유와 협박, 시간 끌기에 지쳐 떨어진 동료가 적지 않았다. 흔한 일이다. 불법파견 판결에, 부당해고 판정에도 묵묵부답, 꿈쩍 않는 회사는 큰돈 들여 다툼을 이어 간다. 꼼수 써 가며 피해 간다. 속이 타들어가는 건 목구멍 밥이 급한 사람들이다. 이러는 법이 어딨느냐고 길에서 기고 굶고 소리쳐 보는데, 메아리가 없다. 깜깜한 시간을 견디는 일이라고, 길에서 오래 싸운 사람들이 다들 말한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헌법 27조3항은 말한다. 법전 속 이야기다. 길에 친 농성 천막이, 벗은 적 없는 노조 조끼가 물 빠지고 다 낡아 너덜대도록 오래 버티는 것 정도가 확실한 그들 권리였다. 이게 법이라고, 내몰려 끝내 법에 기댄 사람들이 자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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