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심의 사건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총 3천462건, 2020년 4천392건, 지난해 4천600여건을 판단했다. 한 번의 심의회의에서 40건 내외를 처리하고 있다. 산재재심사위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거의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 대한 심리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재결 판단의 일관성이 유지되거나 산재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 법리에 충실한 것만은 아니다. 아래에서 사건 유형별 판단의 문제점과 대안을 간략히 모색하기로 한다.

일단 과로성 뇌심질환 사건이다. 재심사 청구 사건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문제가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용노동부 고시상의 인정 요건을 엄격히 적용해 업무시간이 짧거나 가중요인이 없다고 봐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사안이다. 산재재심사위는 노동부 고시를 예시적 사항으로 봐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드물다. 업무시간이 주 52시간에 미달하거나 52시간을 초과하더라도 가중요인이 없는 경우 기각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다만 단기과로 요건 사안에서는 질병판정위 판단과 다르다. 기타의 가중요인이나 질적인 요소를 추가적 인정요인으로 삼는 경우와 달리 업무시간이 30%를 초과할 경우 적극적으로 인정한다. 위원들의 상당인과관계 법리에 대한 인식과 위원구성의 질적 변화 및 심사관의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상병의 인정 여부(영상의학과·정형외과)와 업무부담 여부(직업환경의학과)로 판정되는 구조다. 상병 인정 여부는 재해자가 참여하지 않는 이상 MRI 등 영상으로만 판단된다. 업무부담 여부는 작업동영상으로 판단되나, 영상이 위원들에게 미리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위원들이 심의회의에 참석해서야 볼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체 영상을 꼼꼼하게 볼 시간이 부족하다. 또한 업무부담 여부에 대한 조사서와 경위서, 기타 증거자료를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의 전 미리 직업환경의학과 위원들에게 작업동영상을 송부해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근골격계질환 중 추가상병 사건은 해당 부위에 대한 업무부담 여부를 공단에서 조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추가상병 해당 부위에 대한 작업동영상이 제출되지 않아 소극적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근골격계질환 추가상병은 질병판정위 심의 대상인데도 법리적으로 적극적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뿐만 아니라 최근 피해 노동자의 담당 업무가 해당 부위 부담이 적으면 업무 관련성이 낮다고 평가하는 경향과, 건설 일용직의 경우 고용보험 일용근로내역서상 종사 기간에 대한 평가가 소극적인 것은 개선돼야 한다.

정신질환이나 자살 사건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위원으로 참여하거나 자문의견서를 제출받아 심의 판정하고 있다. 재심사 판정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 정신질환이나 자살의 산재 인정 법리를 의학적 경향에 치우쳐 판단하는 사례가 많다. 업무적 스트레스가 명확하더라도, 이를 소극적 원인으로 해석하거나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지게 한 원인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업무수행 중 사고성 질병이 발생한 사건에 대한 판단 경향도 공단과 마찬가지로 문제가 심각하다. 1회성 외상이 퇴행성 질병을 발생시킬 수 없다는 임상의사의 주관적 판단이 산재보험법상 법리와 부딪치는 지점이다. 최소한 해당 부위에 외상성 사고가 명확했고, 해당 부위 치료병력이 없으며,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상병인 경우에는 퇴행성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요양급여의 법리에 맞게 업무상 재해로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

산재보험법 적용 여부와 관련해 가장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자성’ 사안이다. 산재재심사위에서는 대표이사·가족종사자·지입차주·개인사업주·특수고용직 등 다양한 근로자성 사건이 심의 판정되고 있다. 이런 사건은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보험급여 혜택이 전혀 없다. 원처분청의 조사 미흡 및 산재심사위원회의 소극적 판단을 거친 이후 제기된 사건이기 때문에 반증의 요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근로자성 징표인 실질적 지휘·감독에 대한 적극적 해석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법원에서 취소되고 있다. 산재재심사위의 패소 사례 분석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패소한 근로자성 사안을 면밀히 분석해 구체적으로 피드백해야 한다.

장해급여사건 중 신체 상태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경우 당사자를 출석시켜서 판정해야 한다. 소음성 난청 사건은 지난해에 개정된 지침에 충실하게 판단하지 않는 경향과, 소음 노출 기준(85데시벨) 이하인 경우 기각하는 경향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산재재심사위 경유 유족 사건 행정소송 패소율이 31%(2020년 하반기)인 사실과, 행정소송 패소율이 미경유 사건보다 높은 현실을 엄중히 직시하고 사건 유형별 적극적 개선 대책과 이행방안을 수립해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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