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이 전쟁은 초기에는 약소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대국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국가 간 전쟁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면서 국제적인 전쟁이라는 성격이 뚜렷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이 낳은 인도주의적 피해를 부각시키며 세계의 친서구 정권들로 하여금 이 전쟁에 동참하도록 바람을 잡고 있다. 그는 키이우 주변 소도시 부차에서 일어난 민간인 300여명 학살 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수상은 지난 10일 직접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1억파운드(약 1천60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지원을 약속했다. 영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인 2월에 이미 우크라이나에 차세대경량대전차화기(NLAW)를 지원했고, 최정예 공수부대인 공수특전단(SAS)이 이 무기 사용법을 교육했다. 젤렌스키는 14일 러시아 석유를 구매하는 독일에 대해 “타인의 피로 돈 버는 것”이라 비난하며 대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독일의 슐츠 총리는 6일 하원연설에서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패배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선언했다. 또 13일 한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해 왔고, 공급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공급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다짐했다. 유럽연합(EU)도 우크라이나에 대해 5억유로씩 세 번에 걸쳐 총 15억유로(약 2조원)의 군사원조를 제공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은 실제로 젤렌스키 정권의 대러 적대정책의 배후다. 이 적대가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렀다. 이렇게 해 이 전쟁의 한쪽은 미국 주도하의 범 서구 블록으로 형성돼 가고 있다. 이런 블록을 만들기 위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제노사이드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기보다 미·서구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 사이의 패권쟁탈전이고 영토쟁탈전이다. 국내 언론은 대부분 사태를 이렇게 보지 않는다. 러시아의 침략전쟁이라면 러시아를 비판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지원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제국주의 상호 간의 전쟁이라면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없고 그 두 쪽을 모두 비판해야 옳다. 정의당은 이 전쟁 초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며 규탄했다. 지금도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시야가 협소하다.

한편 진보 일각에서는 러시아는 자본을 수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국주의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기 주도권하에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유라시아 연합’을 형성, 제국주의 세계의 한 축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러시아가 제국주의가 아니라 신식민지적 경제라고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한편 노동자연대는 이 전쟁을 제국주의 상호 간 전쟁이라고 바르게 평가했다. 그러나 두 제국주의 가운데 러시아가 더 나쁜 제국주의라고 규정했다. 물론 제국주의라고 다 같은 제국주의는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과 추축국 사이에 추축국이 더 나쁜 제국주의였다. 그 주된 이유는 연합국측은 미국·영국·프랑스 제국주의와 함께 사회주의 소련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서구가 그런 진보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가? 미국·서구 진영 안에서 패권을 가지고 있는 미 제국주의는 소련 해체 후 세계 유일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침략전쟁을 벌여 왔다. 세르비아·리비아·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그랬다. 이번 전쟁은 미국이 젤렌스키 정권을 앞세워 나토 동진을 도모함으로써 빚어졌다. 그들은 지난날 러시아를 적대해 러시아의 나토가입 요청을 거절했다. 그런 나토에 우크라이나가 가입하면 러시아에게는 완충지대가 사라진다. 그런데도 러시아 제국주의가 미 제국주의보다 더 나쁘다고 평가할 것인가? 노동자연대는 코소보 전쟁이나 리비아 전쟁 당시에도 인도주의나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미 제국주의 편을 든 바 있다. 이런 입장은 본의 아니게 미·서구 제국주의에게 면죄부를 주고 제국주의 상호 간 전쟁에 민중을 동원하게 된다. 제국주의는 어느 제국주의나 악이므로 어느 편 줄에도 서지 않아야 한다. 더욱이 미·서구 제국주의 편에는 줄서지 않아야 한다.

지배계급 정치세력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점에서 차이가 없다. 초당적 친미다. 그런데 국내적으로는 죽기 살기로 권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그 명장면이 검찰을 해체하는 ‘검수완박법’ 시도다. 현재 검찰은 6대 범죄를 제외하고 수사권 대부분을 경찰에 넘겼다. 그런데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마저 박탈한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검찰에 대한 민중의 통제를 확립해 정치검찰을 해체하는 것이지 정권의 검찰 장악이나 검찰 자체의 해체가 아니다. 더구나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이유가 놀랍다. 국민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과 이재명 같은 권력자를 대장동 사건 수사 같은 검찰수사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진실은 이들을 지킴으로써 민주당 정치계급 자신의 권력 지분을 지키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했던 한동훈 검사를 법무부 장관에 내정했다. 법무부 장관의 권한으로 특검을 설치해 전 정권의 불법을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협치는 물 건너가고 정쟁이 불타오를 것이다. 그리고 그들끼리의 정쟁에 또 국민을 총동원할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는데도 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이기면 나라가 망하니까 이것을 막아야 한다며 민주당에 동원될 것인가? 그 둘 가운데 어느 하나가 망하든, 나아가 그 둘이 다 망하더라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해체돼야만 노동자·민중이 진정으로 나라의 주인이 되는 참 나라가 올 수 있다. 고로 이 경우에도 지배계급의 어느 한 편에 줄 서는 우를 범하지 말고 자본가계급 독재 자체를 거부해야 할 때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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