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인근 천막농성장 앞에 서 있다. <강예슬 기자>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이 흘렀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임종린(37·사진)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SPC그룹에 부당노동행위를 중단·사과하라며 지난달 28일 단식에 돌입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파리바게뜨 제조기사를 고용·관리하는 SPC그룹 계열사 피비파트너즈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판정을 내놨지만, 회사는 불복해 재심을 신청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책임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매일노동뉴스>가 단식 중인 임 지회장을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 천막농성장에서 만났다. 임 지회장 단식농성은 10일 현재 14일째다.

“지원조장을 통한 노조파괴 진행 중”

- 몸 상태는 어떤가요.
“그냥 위가 계속 울렁거리고 속 쓰리고 그런 게 조금 힘들고, 뭐 다른 거는 괜찮아요. 삼보일배하고 당번을 정해 농성장 지키러 사람들이 와야 하니까 그게 죄송하죠. 계산을 해 보니까 절을 천 번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싶고…. 회사에 화가 나죠.”

인터뷰가 있기 하루 전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권영국 SPC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 상임공동대표를 포함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던킨 강남 라이브점에서 SPC그룹 본사까지 2킬로미터 거리를 삼보일배로 이동했다. 차로는 7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삼보일배로 이동하자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자신의 속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임 지회장은 동료들의 삼보일배를 보며 많이 울었다고 한다.

- 단식농성을 왜 하게 됐나요.
“2018년에 직접고용 투쟁을 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했어요. 2021년에는 본사에 직접고용된 제조기사와 임금을 동일하게 맞추기로요. (합의 이후) 3년 안에 임금을 맞추기로 한 건데 회사는 1~3년차 직원들의 임금을 맞췄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행됐다고 선언했어요. 관리자를 동원해 노조탈퇴 작업도 하고요. 지노위와 중노위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는데 회사는 계속 불복하고 있어요.”

- 최근까지도 노조파괴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이제는 덜하나 싶었는데, 올해 3월 지원조장이 조합원(제조기사)들에게 연락을 해서 ‘노조를 올해 안에 와해시키려 한다. 너도 곧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그러니까 탈퇴하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신고했는데 회사는 ‘너무 걱정돼서 한 이야기’라며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해요. 걱정이라는 게, 무슨 상황이 있으니까 한 것일 텐데 그건 쏙 빼고요.”

지원조장은 제조기사가 관리자로 진급하기 전 맡는 직책이다. 노조는 같은 제조기사끼리는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않으니 중간관리자(BMC)가 아닌 지원조장을 통해 노조를 와해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확보한 통화내용에는 “회사에서는 이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해) 회유 안 하고 괴롭혀서 퇴사시키려고 한다”거나 “탈퇴하지 않으면 유아무개BMC가 품질이나 위생을 빌미로 괴롭혀서 퇴사에 이르게 할 거다” “이미 지원기사도 충분히 대비해 놓고 끝났다고 한다”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아무개 지원조장이 지회 조합원에게 전한 말이다.

지회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자 회사는 이달 6일 이아무개 지원조장의 행위가 “(조합원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협박 또는 강요성 발언으로는 볼 수 없다”며 “오히려 걱정되는 마음을 전달하는 내용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직장내 괴롭힘 조사는 1시간 남짓한 전화통화로만 이뤄졌다.

“조합원 1년 새 500명 급감에
타임오프 시간도 크게 줄어”

- 회사가 어떻게 하면 단식농성을 중단할 생각인가요.
“(조합원의 노조탈퇴서를 위조해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당한 분들이 있어요. 회사가 그 분들을 징계하고 원치 않았음에도 지회를 탈퇴했던 사람들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게 우리 요구예요.”

- 단식 후 회사의 대화 요청은 없었나요.
“없었어요. 시민대책위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했던 주체인 파리크라상에 문제를 해결하라고 공문을 보냈는데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자회사(피비파트너즈)에 가서 이야기하라고 했습니다. 회사 사람 한 명도 농성장을 찾지 않았습니다.”

-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간이 크게 줄었다면서요. 어려움이 있을 듯합니다.
“조합원수가 줄어들어서 타임오프 시간도 줄었어요. 조합원들을 강제 탈퇴시키고 타임오프 시간까지 줄이니 사실상 조합 활동을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계속 투쟁은 해야 하니 무급 전임이라도 하겠다고 회사에 밝혔지만, 회사는 거부하고 있는 상태예요.”

노동위 판정처럼 ‘노조파괴’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3월 약 740명이었던 지회 조합원은 현재 200여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조합원 감소로 지난해 연간 3천276시간을 보장받던 타임오프 시간도 올해 1월 1천25시간으로 줄었다. 회사는 타임오프 시간을 12개월로 나눠 쓰도록 하고 있어 임 지회장은 연차휴가를 소진해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20일 넘는 연차휴가도 이달이면 모두 소진된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사과를 받아야 겠어요. (노조파괴로) 상처받은 분들은 본인들이 자책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우리 잘못이 아니고 회사가 잘못했던 것이라는 확인을 좀 받아야 겠어요.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빨리 나와서 대화하고 사과했으면 좋겠어요.”

한편 SPC그룹은 직장내 괴롭힘 조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노조의 주장에 “노무사가 접수단계에서부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양측의 진술을 청취해 객관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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