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근로기준법을 회피하기 위해 사업장을 쪼개 운영한 회사들이 대거 적발됐다. 가족 명의를 동원해 회사를 36개로 쪼개 회사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23일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의심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고발·제보 등을 통해 ‘가짜 5명 이상 사업장’으로 의심되는 72곳을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2월까지 각 지방관서를 통해 감독했다.

2개 이상 사업장이 실제로 1개의 사업장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5명 이상 사업장이면 근기법 등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사업장 쪼개기는 주로 가족 명의로 이뤄졌다. 점검 사업장 72곳 중 사업장을 쪼개 운영한 회사는 8곳이었다. 8개 회사가 등록한 사업장은 50개였다. 이 중 한 곳은 사업장을 36개로 쪼개 경영했다. 의료판매 및 음식점업을 하는 이 회사는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고 그 가족들이 운영을 보조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36개 사업장의 인사·노무·회계를 대표가 관리했다. 36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171명은 근기법상 노동자인데도 1년에 한 번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사업소득자’ 신분으로 일했다. 지급받지 못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미사용수당 등이 5억여원이나 됐다. 임금채권 소멸시효인 3년 동안만을 계산한 금액이어서 사업주가 사업장을 쪼개 근기법을 적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취득한 액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부는 사업장 쪼개기를 한 곳에서 2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을 적발하고 시정을 지시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자 권리구제에 방점을 찍은 감독이어서 시정기간을 줬다”며 “적발된 기업 대부분이 시정지시를 이행하고 있는데, 만약 기간 내 완료하지 않으면 사법처리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5명 이상 사업장인데도 근기법을 준수하지 않은 사업장 12곳도 적발했다. 가산수당 위반, 서면 근로조건 미명시 등 27건의 법 위반에 대해 시정지시를 했다. 노동부는 사업장 쪼개기 사례를 전파하는 한편 제보·고발 등이 추가로 있으면 다시 감독할 계획이다.

박종필 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형식상으로는 사업장이 분리됐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인사·노무·회계관리가 통합돼 있다면 관련 노동법 적용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사업주들에게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5명 미만 사업장은 가산수당과 연차유급휴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같은 근기법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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