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디아지오코리아노조 위원장 <제정남 기자>

위스키 조니워커·윈저와 맥주 브랜드 기네스 등을 수입·유통하는 디아지오코리아 노사의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윈저 브랜드 매각 추진 소식을 언론으로 접한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12월 시행한 신인사제도도 갈등을 키우는 요소다. 전체 직원 250명 중 170명가량인 영업직 노동자들은 승진기회가 박탈됐다고 호소한다. 2020년과 2021년 임금을 동결한 사측은 올해 2%대 인상을 제시했다. 노조의 7%대 인상 요구와 격차가 크다.

디아지오코리아노조(위원장 김민수)는 지난달 28일부터 임금교섭 결렬에 따라 쟁의행위에 들어갔다. 생산직 노동자들이 먼저 일손을 놨고, 14일부터 나머지 조합원들도 돌아가면서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13일 오전 본사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IFC몰 앞 농성장에서 김 위원장(45·사진)을 만났다.

- 브랜드 매각 추진 상황은?
“윈저 브랜드를 매각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작성하고 실사를 한 것은 물론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회사는 ‘양해각서에 관해서 확인할 수 없다. 실사 여부에 관해서도 확인할 수 없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두루뭉술한 말만 하고 있으니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불신이 쌓이는 거다. 지난달 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 이후 한 달 넘게 쟁의행위를 이어 가게 된 까닭이다.”

- 브랜드 매각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윈저 브랜드는 회사 매출의 55%를 차지한다. 매각하면 디아지오코리아 매출은 굉장히 줄어들게 되고, 당연히 고용불안이 따라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이 도래할 텐데도 사측은 ‘확인할 수 없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분노하는 거다. 노조는 매각이 진행 중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조합원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매각을 중단시키거나, 매각시 고용승계를 확답받아야 한다.”

- 사측의 단협 위반을 주장하고 있는데.
“회사의 분할·합병·매각·영업양도가 진행될 때 노조에 90일 전에 통보하게 돼 있다. 통보 이후에는 고용·단협·근속·노조 승계 문제를 노조와 협의하게 돼 있다. 사측이 일체의 정보를 알려 주지 않으니 단협 위반 여부를 두고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법률적 대응이 가능한지를 한국노총 중앙법률원과 상의하고 있다.”

- 신인사제도 도입을 두고도 노사가 갈등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12월7일 신인사제도를 시행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성과제를 확대하고, 승진 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에는 근속연수 등을 정량평가해 승진을 시켰는데 앞으로는 리더십·문제해결 능력, 다양한 직무경험과 같은 정량평가를 우선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전체 직원 3분의 2가 넘는 영업직은 승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조는 이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법원에 취업규칙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해 쟁의행위 중인데.
“2020년과 2021년 임금을 동결했고 노조와 직원은 고통을 감내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기준 회사는 321억원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익은 글로벌 본사가 배당금으로 고스란히 가져갔다. 코로나19 위기라면서 노동자에게 고통을 감내하게 하더니 이윤은 회사가 다 빨아들였다. 노조는 7%대, 사측은 2%대 인상을 말하면서 올해 임금교섭이 결렬됐다.”

- 쟁의행위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지난달 28일부터 파업을 시작했고, 이달 2일부터는 이곳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전국 18개 지부 조합원들이 상경해 천막농성장을 돌아가며 지키는 농성과 파업을 한다. 지명파업은 생산직 노동자들이 앞장서고 있다. 수입주류에 한국판매용 상품안내서와 유통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전자태그(RFID)를 붙이는 일을 하는 조합원들이다. 생산직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자 회사는 비조합원에게 맡겼는데 외부 직원도 함께 투입했다. 불법 대체인력 투입에 해당한다고 보고 대체근로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고, 고용노동부에는 사측을 고소했다.”

- 사측과 관계가 상당히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은 원만했는데 새 대표이사가 온 지난해부터 나빠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에는 단협 관련 노사잠정합의안을 회사 중역 지시로 일방적으로 수정한 것을 노조가 발견해 반발하기도 했다. 잠정합의안을 무효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교섭했다. 일상적 노사 대화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최근 브랜드 매각 밀실 추진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2020년 단협을 할 때 노조는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제안한 바 있다. 사측이 어렵다고 해서 양보하고 미뤘는데 지난주 임금교섭에서 협약 체결을 다시 요구했다.”

- 핵심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
“조합원 고용안정이다. 브랜드 매각 과정에서 불거질 고용불안 문제와 신인사제도에 대해 노조가 납득할 만한 답을 사측이 내놓는다면 임금협상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디아지오 본사를 상대로 한 영국대사관 앞 항의 기자회견, 대표이사 자택 앞 시위 등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갈 예정이다. 정치권과의 공동대응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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