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억 가천대 안전전공대학원 교수(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 허억 가천대 안전전공대학원 교수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2019년 7월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지상 5층짜리 건물 철거공사시 갑자기 해체물이 도로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가 예물을 찾으러 차를 몰고 가던 중 그만 해체물에 맞아 예비 신부는 사망하고, 신랑은 중상을 당했다. 이 사고는 건물 해체시 무거운 하중을 견디기 위한 지지대인 잭서포트만 제대로 설치했으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한 전형적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이와 동일한 사고가 2021년 또 발생했다.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무거운 하중을 견디지 못해 무너지면서 막 정류장으로 들어오던 버스를 덮쳐 버린 것이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전혀 생각조차 못 한 승객들은 그만 콘크리트 덩어리와 철근 등 건물 잔해에 짓눌리고 찢겼다.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당했다.

큰아들의 생일잔치를 해 주기 위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장을 보고 버스를 탔던 어머니가, 동아리 후배들을 만나고 집으로 가기 위하여 버스를 탔던 고등학교 2학년생이, 그리고 70대 어르신 등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세계적 찬사를 받는 BTS, 윤여정과 봉준호, 세계 경제 대국으로서 우뚝 성장한 대한민국의 안전이 고작 이 정도인가! 도대체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설마 사고가 나겠어?” 하는 개개인의 안일한 생각과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안전·위험 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다.

“설마 사고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코앞까지 온 위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후진적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은 건물 신축과 해체작업을 수행하는 건설종사자는 물론 모든 국민이 “설마” 하는 생각을 버리고 “만에 하나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삶의 현장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2중3중의 안전조치를 취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개개인의 노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이런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법과 제도로 의무화하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실수 또는 부주의에 대한 인적 오류(Human Error)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꾸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적오류를 최소화하고 관련 법·제도를 만들어 겹겹이 안전조치를 취하는 교차점검(cross check)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

이런 제도적 장치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통유도 경비제도’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이 제도는 크고 작은 건물의 공사현장에 안전 전문요원를 배치하도록 의무화한 후 전문요원 배치가 안 되면 아예 공사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10만명 정도가 안전유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 인건비는 공사비에 책정돼 안전유도원이 “최악의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꼼꼼하게 안전을 챙기고 있어 우리와 같은 후진국형 붕괴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이런 허망한 사고로 국민의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조속히 교통유도 경비 제도를 실시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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