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총(ITUC)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국제노총 사무총장 샤란 버로는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정부들에 의한 제재와 법의 지배는 불가피하고 정당하다”며 “러시아를 파괴적인 길로 이끌고 있으며 유럽과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에 제재 부과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 사무총장 루카 비센티니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고 군사작전을 중단시키고 평화를 위한 대화에 복귀시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유럽연합 지도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과 그 결과는 언제나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충격을 가하며, 그들의 생명과 일자리와 임금과 근무조건을 공격한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형제와 자매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며 국민과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영국노총(TUC)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권국가에 대한 불법 침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평화를 촉구하는 글로벌 노조운동에 동참하며 각국 정부가 민스크 협정의 틀로 돌아가서 외교적 교섭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노총의 성명에서 흥미로운 점은 민스크 협정을 사태 해결의 실마리로 본다는 점이다. 민스크 협정(the Minsk Agreements)이란 영어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민스크 의정서’와 ‘민스크 II’ 등 두 개의 협정을 일컫는다. ‘민스크 의정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2014년 9월5일 서명한 것으로 12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민스크 II’는 2015년 2월12일 서명한 것으로 13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두 협정의 공통된 내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즉각적인 정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지역의 안전지대 설치와 양국 국경에 대한 OSCE의 상시적 감시와 검증 △‘도네츠크특별구와 루한스크특별구를 위한 지방자치 임시명령’의 우크라이나법에 따른 지방선거 실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오블라스티(주에 해당하는 행정구역)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 관련자에 대한 기소와 처벌을 금지하는 우크라이나법 제정 △모든 인질과 불법적으로 구금된 자의 석방 △모든 외국인 전투원과 용병, 그리고 불법 무장세력과 무기를 OSCE의 감독하에 우크라이나에서 철수시킬 것 △탈중앙집권화를 보장하는 우크라이나 헌법의 개정을 2015년 말까지 완료하고 같은 기한으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오블라스티 지역의 특별 지위를 인정하는 항구적 법률을 승인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러시아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불만을 가진 우크라이나는 민스크 협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던 무렵인 지난달 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가안보국방회의 의장 올렉시이 나딜로프는 “민스크 평화협정을 강요하는 것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민스크 협정의 이행은 우리나라의 파멸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닐로브는 “그 누구도 우리에게 동맹 가입 여부를 지시할 권리가 없다”며 “(서방이) 더 많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의 강경책에 맞서 지난달 22일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민스크 협정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틀 후 그는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했다.

2014년 발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충돌은 독일과 프랑스가 주선한 민스크 협정으로 파국을 피했지만, 협정 이행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도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OSCE가 민스크 협정의 이행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야기됐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안보상 이유로 필사적으로 반대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 정책이 지속적으로 진행됨으로써 우크라이나 정세를 둘러싼 국제적인 환경은 나날이 악화돼 왔다.

한편 유럽노총과 국제노총은 회원 조직들에 국제노총의 우크라이나 가맹조직들을 위한 연대 기금을 통해 우크라이나 노동자와 국민을 위한 실천적 연대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주변국 정부가 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난민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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