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민 변호사(법무법인 오월)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8다207847 판결

1. 사건의 경과

가. 당사자 관계

이 사건 당사자인 원고는 지역방송국에서 2006년경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한 이후 해고시까지 약 10년 동안 계속적으로 일했다. 2010년 7월께부터 2014년 7월께까지 약 4년간은 파견업체와 계약을 맺은 이후 방송국에 파견되는 형식으로 방송운행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14년 7월께 피고(방송국)는 원고와 근로기간을 1년으로 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2015년 7월께 근로계약을 갱신해 2016년 7월께까지를 근로계약 기간으로 했다.

나. 해고처분

피고(방송국)는 2년의 계약기간 만료가 도래하자 2016년 7월께 원고에게 기간만료로 인한 갱신거절을 통보했다. 원고는 피고(방송국)의 계약기간 만료 통보와 갱신거절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년 9월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다. 하급심 진행경과

(1) 1심 : 대전지방법원 2017. 7. 5. 선고 2016가합105651 판결

원고측은 피고의 갱신거절은 원고의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합리적 이유 없이 침해하는 행위로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여러 가지 논거를 주장했다. 그중에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인 피고가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해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할 경우 기간제 채용은 위법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을 맡은 대전지방법원은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발생시 고용형태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원고가 담당한 방송운행 업무는 피고 방송국 사업운영에 필수적인 업무이고, 다른 근로자들의 갱신거절 사례가 없었으며, 기간제 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행해져 파견법과 기간제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고용안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보면서 피고의 갱신거절은 원고의 정당한 기대권을 합리적 이유 없이 침해한 실질적인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봐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2) 2심 : 대전고등법원 2018. 1. 11. 선고 2017나12910 판결

이에 반해 2심을 맡은 대전고등법원은 원고의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인 피고가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해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할 경우 기간제로 채용은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해 “피고가 원고를 직접 고용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이전인 2012년 7월12일이나 2014년 7월12일에 이미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됐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아울러, 원고의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 존재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되는 사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피고의 항소를 인용하고 원고의 이 사건 해고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했다.

2. 대상판결의 쟁점과 판단 요지

가. 쟁점

대법원은 2006년 12월 개정된 파견법이 6조의2 1항에서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직접고용의무 규정)한 이후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는 경우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시도 원칙적으로 직접고용의무 완전한 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나.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우선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면서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률관계 및 이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이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 법리(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두2232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을 인용하면서, “이러한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 취지 및 목적에 비춰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함이 원칙”이라는 점을 명확히 설시했다.

다만 기간제 채용이 가능한 특별한 사정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사정을 알면서 희망하는 경우나 동종·유사 업무자들이 대부분 기간제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등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 방지라는 입법목적을 잠탈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고 보면서, 나아가 이러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봤다.

위와 같은 법리 아래, 피고는 원고를 2년을 초과한 기간 동안 파견근로자로 사용해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원고를 직접고용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본 후, 피고로서는 원고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했어야 하고, 그 근로계약에서 기간을 정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무효가 될 수 있는데도 원심은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심리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 법원인 대전고법으로 환송했다.

3.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개정 파견법(2006. 12. 21. 법률 제8076호 개정)상 직접고용의무에 따라 사용사업주가 부담하게 되는 고용형태를 명확하게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인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옛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의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두22320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지만, 직접고용의무로 개정된 이후에는 법문상 고용의 구체적인 형태를 명시하지 않아 해석의 영역이었고, 오랜 기간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이 없었던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개정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를 규정한 이후 옛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규정과 다른 해석을 할 이유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상판결도 설시한 바와 같이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취지 및 목적이 모두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면서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이라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비정규직대책팀-1504(2007. 5. 3.)}을 통해 “개정 파견법에서는 직접고용의무만 부과하고 있을 뿐 고용형태에 대해서는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방식을 취하더라도 무방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대상판결을 계기로 노동현장의 위법적인 상태가 시정될 수 있도록 노동부는 관련 지침이나 해석 등을 조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법원이 직접고용의무 이행시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명시적으로 설시해 원칙을 명확히 한 후 아주 특별한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하고 있는 점을 살펴, 노동부는 향후 관련 규정이나 행정해석 개정 과정에서 기간제 채용이 허용된다고 본 특별한 사정에 대한 예외적인 상황을 원칙으로 만드는 우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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