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국 전 경기도노동권익센터장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언론 매체에서 쏟아내고 있는 관심 키워드를 검색해 보니 공정성·일자리·국가운영능력·정치이념(가치관)·민생해결·인성 등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모든 언론이 하나같이 어려움에 놓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관심 있는 언론 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말이라도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노동이 사라진 대선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민일보가 전국 성인 남녀 1천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1·2위가 ‘일자리 창출’과 ‘부동산 문제 해결’로 나타났다. 일자리·부동산·빈부격차 완화 등 경제 관련 문제를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라고 꼽은 응답자 모두를 합하면 무려 67.4%다. 그렇다면 “일자리는 노동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다. 이처럼 역대 대선에서 노동문제가 이슈화되지 않는 대선이 또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정적 여론 때문에 득표에 별 도움이 되질 않아서”라는 표현이 솔직할 듯싶다.

대선 캠프에 있는 지인들에게 살짝 이유를 여쭤 봤다.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정작 노동계 당사자들이 분열돼 있어 한목소리를 못 내고 있고 자꾸만 ‘노사문제’로만 접근하고 있다. 그렇기에 일반 국민 여론은 식상하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일자리도 분명 노동문제다. 오죽하면 보수를 지향하는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노동부문 공약집 제목에 ‘노동개혁’이라고 적었을까. 이 말에는 많은 함축적인 뜻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양극화(빈부격차)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는 임금노동자부터 프리랜서와 자영업자까지 2천760만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의 빈부격차를 일컫는다. 재벌들의 곳간에 쌓여 있는 사내유보금과 연말이면 직원들에게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푸는 대기업 돈은 하청업체들의 깎인 납품단가와 그 밑에서 일하는 수백만명 비정규직의 노동 대가라는 사실들을 알기나 할까?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잠깐 언론들이 ‘노동문제’를 언급한 후 대선 정국에 노동문제는 사회적 화두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공약집 중 노동부문 공약을 분석해 봤다. 이재명(10개 영역 29개 세부과제), 윤석열(4개 영역 11개 세부과제), 안철수(8개 영역 17개 세부과제), 심상정(6개 영역 22개 세부과제)가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노동공약 슬로건은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노동개혁”, 안철수 후보는 “강성 귀족노조 혁파하는 강력한 노동개혁 추진”, 심상정 후보는 “모든 일하는 시민에게 노동권”을 노동 분야 슬로건으로 외치고 있다.

20대 대선에서 가장 언론에 화두가 된 노동이슈는 윤석열 후보의 ‘주 120시간’ 발언 정도가 고작이었다. 각 후보들의 노동공약들을 잘 살펴보면 주목받을 공약들도 많다. 가령 이재명 후보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노동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보호하는 법과 노동자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안전보건청 신설, 윤석열 후보의 근로시간 등 노사자율 결정 확대와 임금체계 유연화를 외치고 있다. 두 후보는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근로시간 계좌제’ 또한 앞으로 변화되는 노동시장에 신선한 노동공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심상정 후보의 주 4일제 도입 공약도 한층 진보된 공약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4차 산업의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해외 석학들은 이구동성으로 자동화에 따른 ‘노동의 종말’ 우려하고 있다. 청년 유권자를 의식해 청년 지원 공약이 매일매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왜 이 땅 청년들이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공무원·대기업만 고집하며 수년간 실업자로 지내고 있는지 근본적인 고민을 안 하고 있는 듯해 씁쓸하다.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와 지금의 노동시장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지 않고 청년들에게 아무리 많은 공약을 쏟아낸들 ‘쇠귀에 경 읽기’ 식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각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당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노동자인 유권자 모두 바쁘겠지만 꼼꼼히 비교해서 읽어 보고 현명한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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